▲ 성소수자 힐링 방송을 지향하며 1인 방송 활동 중인 어부(28.좌), 어링(28.우) 커플과 유튜브 합방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 9월, 잘 나가던 연예인이었던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했다. ‘국내에선 첫 사례, 용기 있는 행동 평가’ 라는 기사와 달리 결과는 처절했다. 대중들의 매몰찬 몰매가 이어졌고,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는 물론 방송 출연 정지까지 당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한국사회는 동성애를 혐오로 받아들였다. 틀 안에 갇힌 미디어만을 소비하던 대중들에게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을 변호할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9년, 이제는 달라졌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시청자’보다는 ‘구독자’라는 말이 더 익숙할 정도로 뉴미디어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그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성별, 연령, 직종을 떠나 자연스럽게 1인 미디어로 변신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들 중에는 과거 대중에게 소외 받던 성소수자들도 있다. 1인 방송을 통해 당당히 성향을 드러내며 솔직담백한 이야기로 대중들과 소통한다. 성소수자 힐링 방송을 지향하며 생소한 ‘게이유튜버’로 활동 중인 어링(28), 어부(28) 커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커밍아웃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링: 방송 시작하면서 공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
어부: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없어서 커밍아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Q. 커밍아웃 후 부모님의 반응은?
어링:‘설마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시고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인정 못한다 라기보다 사회로부터 피해 받을 것을 알기에 더 격렬히 반대하셨다. 꽤 오랜 기간 부모님과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이해를 해주신다. 어부와의 관계도 오히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 기쁘다고 생각하시고 저희 방송도 가끔씩 도와주신다.
어부:군 제대 후 아버님이 남자를 좋아하냐고 물으셔서 ‘남자든 여자든 성별은 상관없다’고 하니 저의 생각을 존중해준다고 말씀해주셨다.

Q.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어링: 회사생활을 했는데 내 성향을 꾹꾹 눌러야만 했다. 남자가 메이크업 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했고, 목소리도 원래 여성스러운데 일부러 굵게 내려고 노력했다. 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나다운 일, 나를 숨기지 않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유튜버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어부: 처음부터 방송에 출연하지는 않았다. 영상에서 가끔 제 목소리가 나올 때가 있는데 ‘꿀 떨어진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사람들이 의심을 했다. 그래서 3,4개월 전부터 연인 사이를 공개했다. 원래 미용일을 했는데 지금은 그만두고 방송 편집을 맡아서 하고 있다.

Q. 유튜브를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어링:얻은 것은 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반대로 불편함이 생겼다. 외출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알아보신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신경 쓰게 된다.
어부: 저희를 보고 ‘게이는 이런 사람들일 거야’ 라고 단정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저희가 표본이 아니라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저희만 보고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Q. 유튜브에서 반응은?
어부: 악플이 달리기도 하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제일 많이 힘을 받을 때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성소수자의 삶도 남들과 똑같구나’라고 이야기 하실 때다.
어링:의외로 이성애자분들이 응원해 주실 때가 많다. 반면 같은 동성애자 중에서는 평범한 게이도 많은데 저처럼 독특하고 화려한 캐릭터가 방송 하는 것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주시기도 한다.

Q. 동성애를 선택의 문제로 보고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어링:어렸을 때는 끊임없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럴수록 우울하고 힘들어졌다. 내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동성애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택이 불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싶다.

Q. 주변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어떻게 하나?
어링: ‘저 사람은 동성애에 대한 정보가 없을 뿐 나쁜 사람은 아닐거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한다.
어부: 입에서 욕을 하면 어짜피 본인이 가장 먼저 듣는다고 본인 성격이 안 좋아지는데 굳이..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러나 보다 하고 흘려보내는 편이다.

Q. 최근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동성애 합법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어부:사람으로서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링: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그 사람의 보호자로서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한다.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어링: 기본적인 가치에 위배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가족이나 구성원은 변할 수 있는 건데 기존에 있었던 것만 옳고 나머지는 틀렸다,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부: 저희가 소수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느낌도 든다.
어링: 사실 수면 아래에 있는 분들이 정말 많다. 성소수자라고 하지만 소수자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한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정치에 이용당하거나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Q. 더불어민주당 일부 당원들이 퀴어축제에 참여할 당원을 모집했었는데?
어링:정치가 바뀌고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저희같이 소외된 사람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일인 것 같다.

Q. 성소수자들에게 편견을 가지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링: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미워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미움 받을 만큼 나쁜 행동을 하고 다니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 사람들과 같다.
어부:이성애자분들이 결혼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처럼 저희도 똑같은데 다만 배우자가 남자와 남자인 것 뿐이다. 욕 하시면 저희도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울산매일U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