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옛날 깊은 산 속에 명물바위로 유명한 절이 있었다. 그 바위에서는 끼니때가 되면 쌀이 흘러 나왔다. 신기한 것은 절에 머물고 있는 사람 수에 따라 쌀의 양이 조절돼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도하는 스님이 늘거나 신자들이 많을 때에도 양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한 스님이 욕심이 생겼다. 저렇게 매일 끼니때마다 쌀이 흘러나오는 걸 보니 바위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욕심쟁이 스님은 바위에 난 구멍을 쑤셔대기 시작했는데, 아뿔사! 그 뒤부터는 바위 구멍에서 쌀이 나오지 않고 물만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만 18~64세 중위소득 50%(4인 가구기준 월 소득 230만원) 이하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수당을 주는 이른바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이르면 내년 7월부터 6개월 이상 2년 이내 취업한 경험이 있으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특수형태의 근로종사자, 자영업자 등 35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업 부조 도입에는 내년에만도 5,0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2022년 중위소득 60% 이하로 지급대상을 확대하면 매년 1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미 정부의 고용복지 예산은 2017년 17조원, 지난해 19조원, 올해 23조원을 넘어섰다.

당장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현금 살포’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업 부조 시행에 앞서 기존 유사, 중복 일자리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 지출의 효율성부터 높여야 한다.

실업 부조가 오히려 근로 의지를 약화시켜 취업을 지연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일하면 근무수당, 놀면 퇴직수당, 장사하면 영업 수당, 문닫으면 폐업수당, 늙으면 노인수당, 젊으면 청년 수당. ‘수당 천국 좋은 나라’라는 웃지 못 할 비아냥도 들린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느냐? 야당은 “여당이 정부 예산을 무기로 노골적인 선심성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곳간’ 지킬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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