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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차이를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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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광용 백합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19.06.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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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친절을 몸에 잔뜩 묻히고 있는 교실의 아이들
평범하고 똑같아 보이는 일상 속 차이를 만들어 내고
차가웠던 마음에 온기 돌고, 존재만으로 위안이 된다

 

송광용 백합초등학교 교사

차이가 없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일이라는 게 그렇다.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삶의 영역에서 누구나가 하는 일들을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위대함은, 위대하다고 정해진 일을 할 때 생기는 게 아니고, 평범하고 똑같아 보이는 일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때 생긴다.

학급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다보면 교실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똑같은 일을 맡겼을 때, 어떤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을 다한다. 또 어떤 아이는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아서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 두 경우는 책임감이 있고 없고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을 넘어선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교실 화분에 물을 주는 역할을 부여 받은 아이가, 학급 화분에 물을 줄 때 친구들 개인 화분이 말라 있으면 그 화분에도 같이 물을 준다든지, 어떤 친구가 토를 했을 때 함께 치우겠다고 나선다든가 하는 행동 말이다. 어른 입장에서 뭐 그럴 수 있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은 아이 입장에선 쉽사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행동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자연스레 몸에 밴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른 친구 화분에까지 물을 주거나 친구의 토를 치운다거나 하는 일은, 어른의 일상으로 확대되었을 때 많은 어른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 최소한의 책임을 넘어서서 굳이 한 두 단계를 더 밟아가며 다른 이들의 편의까지 고려해 일을 추진한다든가, 빡빡한 일상에서 누군가의 말을 한 번 더 들어준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 정도야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일상과 일터에서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일을 하는 태도와 방식은 제각각이다. 일을 할 때, 자신의 편의를 중심에 두고 하는 사람은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만족한다.


가까운 미래엔 AI가 인간의 많은 일을 대신하겠지만, AI가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는 ‘사소한 친절’일 것이다. 정해진 업무 매뉴얼이나 의무는 아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만 나오는 그런 말과 행동 말이다.

우리는 많은 친절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것이 마치 공기나 바람처럼 이 세상에서 흔하디흔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친절은 공기나 바람이 아니라, 잘 다듬어져 부드러워진 바위와 같다. 한 사람이 베푸는 친절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그 사람의 태도이자 자세다. 흔해 보이지만,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업에서는 친절을 가르치고 교육한다. 이렇게 어떤 목적이 있는 친절, 매뉴얼에 포함된 친절은 세상에 많아졌지만, 개인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로서의 사소한 친절들은 점차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자로 잰 듯 정해진 책임과 권리가 강조되는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진짜 친절에 목말라 간다. 그래서 사소한 친절을 몸에 잔뜩 묻히고 있는, 부드러운 바위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고 가슴이 뛴다.

앞에 펼쳐진 길을 보며 막막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 지금 누군가의 도움과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더욱 민감하게 느낀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이 일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 그 미세한 움직임을 말이다. 그 부드럽고 미세한 바람에 그의 마음은 파르르 떨린다. 차가웠던 마음에 이내 온기가 돈다. 그런 이들이 있다. 차이가 없는 일을 하면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사소한 친절을 몸에 잔뜩 묻히고 있는 교실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 따뜻해지던 순간들을 가끔씩 떠올려 본다. 어떤 아이가 잔뜩 토를 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코를 잡고 고개를 돌리던 순간에, 선생님과 함께 치우겠다고 나서던 아이의 눈빛을, 개인적인 일이 있어 이틀 간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아침에 교실 문을 들어서자 아이들이 쳐주던 박수 소리를.

욕심을 버리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하지만, 사소한 친절을 베푸는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만은 놓지 않겠다. 그리고 그런 사람으로 다듬어지고 싶다는 욕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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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용 백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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