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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전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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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06.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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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배호 화백


‘인처치관(因妻致官)’. ‘아내 때문에 벼슬 한다’는 말이다. 탄핵정국 때 불려 다니며 곤욕을 치른 고위인사 A씨. 검찰 조사에도 여러 번 불려 다녔으나 의외로 혈색이 좋았다. “팍 늙은 줄로 알았는데 어찌 이리 혈색이 좋습니까?” “와이프 공덕입니다. 집사람이 평소에 적선해 놓은 공덕이 적용한다는 걸 알았어요. 조 선생님의 이론대로 팔자 바꾸려면 적선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는 계기였어요.” 역리학자 조용현 선생의 ‘처덕(妻德)에 사는 남자’라는 글에서 애절한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읽을 수 있었다.

A씨의 아내는 명절 땐 아파트 관리인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씩 드렸다. 더운 여름에는 냉장고에 넣어 둔 수박을 2~3통씩 아파트 관리실에 갖다 주곤 했다. 겨울에는 선물로 들어온 인삼차 박스라도 관리실에 건넸다. 아파트 관리인이 다른 동으로 옮기면 저녁 식사 값을 봉투에 넣어 쥐여 주곤 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도 마주치면 그냥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다. 주변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살 때도 물건 값을 절대 깍지 않았고, 약간 바가지를 씌우더라도 모른 채 넘어갔다.

탄핵이 터졌다. 기자들이 아파트 입구에 진을 칠 때 관리인 한명은 기자들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다른 관리인은 비밀 지하이동통로를 통해 다른 동으로 몰래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남자와 달리 여성은 진짜 내편과 진짜 남의 편, 이른바 ‘남편’을 구별할 줄 아는 본능적 능력을 가졌다. 그런 여성들 중에 돌연변이가 나타나 멀쩡한 아내들을 악녀(惡女)로 만들기도 한다.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 피의자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전 남편과 자녀의 면접 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부는 헤어지면 남’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편’이 남편이라니 웃지 못 할 일이다. 헤어지는 법을 연습하라는 말이 있다. 만남에도 헤어짐에도 독특한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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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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