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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전리 서석암각화는 생식·자원확보 주술 담은 `기록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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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명수 서경문화재연구원·박사
  • 승인 2019.06.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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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 '대한민국 인류유산 대곡천암각화군'
15. 천전리 『서석암각화』  - 그들의 사유세계(1)

 

천전리 서석암각화엔  주술성
생식·사냥제의 그림 30여개 존재

 
생식 주술
사슴몰이·암수교애·동물가족 그림
생식기·교미표현 생식적 번영 뜻해

 
사냥 주술
인면수신(人面獸身)·사냥 그림
미래 지속적 식량확보 위한 의미도

 
울주군 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은 선사시대부터 역사초기에 이르는 기간동안 제작된 그림과 명문이 새겨져 있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민족문화유산이다.(울산매일 포토뱅크)
  
장명수 서경문화재연구원·박사
 천전리 『서석암각화』(국보 제147호)는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진 대로 선사부터 역사초기에 이르도록 장구한 기간 동안 제작되고 보존되어온 아주 특별한 민족문화유산이다. 여기에는 선사시대 그림으로서 동물들을 모티프로 한 `구상그림'이 먼저 새겨졌고, 그 후에 상당부분 서로 겹치면서 기하도형상의 `추상그림'이 덧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 그림들과 공간 중복을 피해 암면 하단부에 역사시대 초기의 세선각 `사생그림과 명문'들이 새겨져 있다.
 
천전리 『서석암각화』에 새겨진 그림들은 하나같이 매우 소중한 기록유산임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연구 보존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고, 이 활동의 일환으로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 신청과 관련 각종의 유적보존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유적의 문화유산적 가치에 대해 국민 대중의 충분한 인지가 필요하다. 암각화 연구자로서 외면할 수 없는 이 요청에 쾌히 필을 들었다. 다만 제한 지면상 깊고 방대한 내용을 단번에 일소 할 수 없기에 차후의 여지를 두며, 국한된 주제로 가장 이른 시기의 `구상그림' 중 `신앙제의의식' 관련 그림들에 대해서만 담론하려 한다.

제의의식 그림들은 당시 사람들의 삶을 이끌어간 신양 즉, 그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다. 구상그림 중 이와 관련한 `생식과 사냥주술의식' 그림들이 대략 30여 개체 이상 존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선별하고(그림 1) 이것들을 유형별로 그림 내용과 거기에 함의된 주술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 다양한 주술의례의 그림들 

먼저 `생식주술' 그림들 의 경우 ‘사슴몰이’ 그림은 꽃이 만개한 봄 동산에서 주술사가 사슴무리를 불러 모아 이끌어가는 풍요로운 생식의식 그림이다. ‘암수교애’ 그림은 번식기의 암수 쌍 사슴들이 마주하고 입을 맞추며 교애하는 노골적 생식묘사 그림들이다. ‘암수교미’ 그림은 개과동물 한 쌍이 엉덩이를 맞대고 교미하는 모습과 수호랑이가 암컷 등에 올라타고 교미에 열중하고 있는 생식묘사 그림들이다. ‘가족’ 그림은 어미 아비가 새끼를 끼고 거니는 사슴과 호랑이들의 정겨운 가족 그림들이다.

다음 `사냥주술' 그림들의 경우 ‘인면수신’ 그림은 혹 짐승 가죽을 입은 주술사일지도 모르겠으나, 탈을 쓴 인면수신(人面獸身)의 사냥주술 그림이다. ‘사슴사냥’ 그림은 짐승가죽이나 탈을 입고 쓴 사냥꾼들이 사슴무리를 좇아 사냥에 임하고 있는 사냥주술 그림이다. ‘맹수사냥’ 그림은 짐승가죽이나 탈을 입고 쓴 듯 한 사냥꾼들이 호랑이를 향해 활을 겨냥한 사냥주술 그림이다. 
 
그림 1. 천전리『서석암각화』중 ‘구상그림’에 나타난 생식-사냥주술 그림.

# 주술의 성격과 의례형식 유추가능

생식주술의 그림들을 보면 탈을 쓰고 남근을 과장 부각시킨 주술사가 새끼를 대동한 많은 ‘사슴무리를 몰아’오고 있는 것이고, 또 암수 짝 짐승들이 서로 ‘교애’, ‘교미’하며 ‘가족’을 형성해가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동물들의 건강한 생식적 번성을 촉진하려는 의도의 생태 그림이다.  제단에 이 같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새겨놓고 제의를 행한 것은 당시 집단에 요구되는 ‘식량-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자 노력한 생식주술 의도로 해석된다.

사냥주술 그림 경우는 사냥꾼이 ‘짐승가죽’이나 ‘탈’을 입거나 쓰고서 사냥에 임하고 있는데, 이는 위장사냥술의 실상이기도 하지만 샤먼의 영적세계에서는 짐승의 몸을 빌려 입음으로써 동류로 또는 샤먼으로써의 직능을 인증 받는 영계 출입절차인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 그림들은 현실적 사냥의 획득 보다는 미래까지의 지속적 식량 확보를 보장 받고자 의도한 영적 주술기능이 강조된 그림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등장하는 사냥꾼 역시 주술사로 인정된다. 

`생식-사냥주술'의 시행 중 주술사가담당해야할 중요한 기능과 임무는 동물의 靈界를 넘나드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로서 죽은(잡아먹은) 동물의 영들을 지니고 그들의 원향인 영계로 가서 그곳 주관자(神)에게 죽은 동물들의 영을 안전하게 전해주고 그 대가로 다시 몸을 입혀 데려오는 역할이다. 이 관점에서 생식주술의 ‘사슴몰이’ 그림을 보면, 주술사가 과장된 남근을 곧추세워 땅에 박고 서 있는 자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대지모신인 동물의 주관자 지신(地神)캥苑(山神)·수신(水神)등에게 생식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즉, 죽은 동물의 영을 돌려주는 주술의식을 베푸는 모습이다. 또 그 위에 있는 손을 뻗히고 공중을 떠도는 듯 한 사람 형상은 빙의 상태로 영계를 넘나들며 주술적 임무를 수행하는 주술사의 영적표현일 것이다.

동일한 의식의 그림들이 인접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에서도 나타나며, 멀리 카자흐스탄과 내몽골과 미주지역의 암각화에서도 보인다(그림 2). 참고로 `반구대 암각화'에 보이는 그림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쪽 암면의 주 그림인 벌거벗고 의식을 거행하는 주술사와 그 아래 거북과 새의 안내를 몰려오는 고래 때와 이 무리의 아래에서 이를 몰아주는 해신(海神)의 그림과, 또 남성 생식기를 곧추세운 자세로 사냥한 고래의 지느러미를 잡고 당당히 서있는 주술사 그림, 역시 같은 자세로 단검을 잡고 멧돼지와 대치하고 있는 그림, 역시 같은 자세로 사슴무리 앞에서 활을 겨냥한 사냥꾼 그림」. 이 그림들 역시 사냥주술의 신앙의식은 천전리와 같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림 2. 천전리『서석암각화』이외 지역의 암각화에 나타난 생식-사냥주술 그림들.

# 주술의 목적은 번성과 자원 확보

지금까지 살펴본 바 천전리 『서석암각화』 중 `구상그림'에서 제의로 시행된 주술의 성격과 의례형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생식주술’이든 ‘사냥주술’이든 주술의 궁극 목적은 ‘짐승의 번성-자원의 확보’에 있다. 다만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서 시행하는 주술의식의 형식은 `탈'이나 `짐승가죽'을 쓰거나 입음으로써 동류로 또는 자격-능력을 이입 행사할 의도가 있는 ‘주술사’나 ‘사냥꾼(궁극적 주술사)’이 동원된 경우 `공감-감응주술'의식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주로 ‘생식주술’의 ‘사슴몰이’ 그림이나 ‘사냥주술’ 그림에서 나타나난다. 그러나 사냥그림에서 사냥도구로 짐승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동종주술'의 성격도 어느 정도 내포해 있다고 보여 지기도 한다.  

짐승들이 서로 마주해 사랑을 나누며 새끼를 낳아 가족을 구성해가는 적나라한 생식그림은 생물이 번식해가는 생식생태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 또한 집단사회의 지속적 식량 확충을 동물 영계의 주관자에게 주술적으로 요구하는 제의의 주술물이다. 이렇게 보면 이 주술의식은 `공감-동종주술'의 성격이 강하다 하겠다. 물론 이 경우에 있어서도 기저에는 신의 생식욕구(창조의식)를 자극하려는 `공감-감응주술'의 저의도 깔려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상의 주술의례 고찰로 미루어 당시 사람들은 자연신관을 바탕으로 한 샤머니즘 의식의 재생신앙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의례의 성격은 절대 신을 향한 기원제의 보다는 자연신인 지모신(地母神)에게 공감주술의 주술의례를 행했고, 이로써 당면한 식량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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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서경문화재연구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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