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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법은 ‘조강지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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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06.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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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배호 화백


조강(糟糠)은 지게미와 겨를 말한다. 지게미는 술을 거른 후 남는 밀 찌꺼기다. 강은 벼를 찧고 나면 남는 껍질의 잔해 즉 겨다. 옛날 보릿고개 때만 해도 먹을 것이 없어 지게미를 먹고 대낮에도 술 취한 사람처럼 붉은 얼굴로 다녔던 적이 있다. 겨 역시 먹을 것이 없어 떡을 해 먹었는데 ‘개떡’이라 했다. 조강을 먹으면서 고통과 가난을 함께했던 부부가 조강지처(糟糠之妻)다.

후한(後漢)을 건국한 광무제(光武帝)의 누님 호양공주는 과부가 되어 수절하던 중 유부남 대신 송홍(宋弘)에 반했다. 누님의 중매 요청을 거절 못한 광무제는 술자리를 마련해 송홍을 초대했다. 물론 누님 호양공주도 불러 병풍 뒤에서 엿듣게 했다.

광무제가 송홍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넌지시 물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지위와 돈은 매우 중요하지, 그것만 있다면 친구나 아내도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송홍의 대답은 “아닙니다. 가난하고 비천했을 때에 사귀었던 친구일수록 잊어서는 안 되며, 조강을 먹으면서 어려움을 함께했던 아내일수록 버려서는 안 됩니다.” `조강지처'라는 말의 출처다.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대표는 올해 초 부인 매켄지와 함께 트위터에 이혼 사실을 밝히고 최근 결별했다. 베이조스는 별거 중에 TV앵커 로런 샌체즈와 외도를 했다.

한국에서는 최태원 SK회장이 “아내 노소영 관장과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다”면서 2015년말 이혼 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고 했고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몇년째 법원에서 계류중이다. 최 회장은 젊은 새 애인과의 사이에 어린 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수 영화감독이 여배우 김민희와 사랑에 빠져 낸 아내와의 이혼 청구소송에서 졌다. 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홍 감독에게 있기 때문에 이혼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아내 A씨는 이혼 의사가 없었다. 바람피운 쪽은 이혼 요구를 못한다. 법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강지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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