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가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에 ‘통합’을 제안했다. 조합원 8만명의 ‘매머드급 노조’ 탄생 여부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은 미미하다. 오히려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직면한 두 노조가 공통으로 요구하고 있는 ‘정년연장’ 등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24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등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달 7일 현대차 노조에 ‘노동조합 통합 제안서’를 보냈다. 두 노조의 조합원 규모는 기아차 노조 3만명, 현대차 노조 5만명에 달한다. 두 노조가 비공식적으로 통합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두 노조가 실제 ‘통합’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기아차 노조가 ‘제안서’를 발송해 통합 의지를 보인 것은 맞지만, 현대차 노조와의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 측은 “기아차 노조가 통합 제안서를 보내온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적으로 공론화 과정이 없었고, 관련 논의를 할 준비도 돼 있지 않다”며 “본격화된 올해 임단협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통합과 관련된 논의를 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하부영 집행부가 기아차 노조와의 통합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집행부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이를 공약할 가능성은 있지만,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조합원 수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통합으로 ‘세’를 확대한다는 것인데, 교섭 전략이나 조합원들의 정서, 현장 장악력 등을 고려했을 때 노조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의 한 현장활동가는 “정서적으로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기아차 노조와의 통합을 얼마나 반길지 모르겠다”면서 “두 노조가 통합하면 본조가 서울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노조의 현장 장악력이 떨어지고, 이는 교섭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통합설’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두 노조가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핵심적인 공통 현안은 친환경 자동차 등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따른 고용불안이다. 두 노조가 현안별로 손을 잡고 그룹사 압박에 나설 수는 있다.

또다른 노조 현장활동가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 등은 두 노조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그룹사를 함께 압박해 해결해나갈 수 있다”라며 “노동계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그룹사 차원의 산별교섭 측면에서 ‘통합’ 카드가 활용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