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정신병을 앓고 있는 한국인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꽃다운 20살에 세상을 떠났다. 타익티 황응옥, 베트남 남단 껀터 출신 결혼 이주 여성.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지 8일 만인 2010년 7월 8일 떠났다. 이후 한국으로 결혼 이주한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타익티’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그의 죽음이 한국 다문화가정 정책에 사실상 분수령이 됐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한국 국민과 정부가 보여준 발 빠른 조치가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킨 탓인지 베트남 현지 언론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주 베트남 박석환 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위로문과 조의금을 베트남 유족들에게 전했다. 현지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7월 4일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한국인 남편의 베트남 아내 폭행 동영상이 한국은 물론 베트남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인들은 아내를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과 중국은 여전히 아내들이 노예처럼 굴길 바란다.” “베트남 소녀들이여, 한국 남자는 매우 폭력적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동영상 댓글이다.

“때리지 마세요”가 한국의 결혼 이주여성들의 일상어가 됐다. 지난 10년간 약 20명의 이주 여성이 남편의 무차별 폭력에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불거져도 한국인 남성에겐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곤 했다.

1년에 6000여명의 여성이 한국에 결혼 이주하고 있다. 뿌리 깊은 ‘베트남 댁’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며 한국 남편들의 폭행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다. 편견의 핵심은 ‘돈에 팔려왔다’는 인식이다. 이는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의 90%가량이 불법 결혼소개소를 통하는 등 정식 결혼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난에 허덕이는 베트남 여성을 구원해 제2인생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백마 탄 왕자님’으로 스스로 착각하기 일쑤라는 사실이다. 이런 착각의 이면에는 돈을 주고 신부를 맞았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그릇된 우월의식이 잠재해 있다. 이를 뿌리 뽑지 않는 한 ‘베트남 댁’의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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