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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 테루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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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소빈 달천중학교 행정실장
  • 승인 2019.07.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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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만들어지는 데 섬세한 환경이 필요한 것 처럼
학생들도 선생님의 헌신과 부모님의 깊은 사랑 필요
아름다운 청춘 빛나도록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 보자 

양소빈
달천중학교 행정실장


와인을 즐긴다면 ‘테루아르’라는 프랑스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와인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기후와 토양, 햇살이 비치는 각도와 태양의 온도 같은 섬세한 자연적 환경을 말한다. 여기에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유구한 역사와 오랜 장인 정신이 깃든 기술 노하우가 더해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데 이러한 환경과 조건을 통틀어 ‘테루아르’라 한다.

여름에는 무덥고 비가 적어야 하고 겨울에는 적당히 춥고 비가 많아야 하는 기후에 배수가 잘 되는 토질이어야 한다. 태양의 일조량은 포도의 당도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와인 생산지에 따라 다양한 특성과 개성을 품은 테루아르가 존재한다.

학생들에게 수학여행과 수련활동은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학창시절 가장 설레는 체험이다. 최상의 수학여행과 수련활동을 학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담당 선생님은 일 년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성수기 시즌의 숙박지 예약, 체험 장소 예약을 서둘러 해놓지 않으면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버스기사 음주측정 의뢰, 성범죄 및 아동학대 조회 같은 학생안전을 위한 세밀한 부분의 점검도 빠뜨리지 않는다.

우리 학교 신입생 중에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학생이 있다. 나는 학년 부장과 학부모대표와 함께 수련활동을 위한 사전 답사를 갔을 때 이 친구가 수련지에서 2박3일 동안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며 경사로, 복도, 엘리베이터, 화장실 공간, 식당, 숙소 등 시설물을 체크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수련활동을 떠나는 날 아침 남자 선생님이 아이를 등에 업고 버스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것을 보는 순간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시설 분야만 늘 생각하고 있었지 실제로 학생의 버스 이동편에 대해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버스 짐칸에 학생들 캐리어를 먼저 실은 후 맨 나중에 휠체어를 실어야 도착한 다음 가장 먼저 휠체어를 꺼낼 수 있다는 노하우도 그날 아침 특수 실무원에게 배웠다.

리프트로 휠체어를 들어 올려 버스에 태우고 좌석으로 옮겨 앉지 않고 휠체어를 탄 채로 이동할 수 있는 특별한 버스였다면 학생의 이동이 더 편리했을 것이다. 버스를 떠나보내면서 안전하게 잘 돌아와 달라는 바람과 함께 수련장 도착 후 버스에서 하차할 때 또 다시 학생을 업고 내리는데 힘겨워 해야 할 선생님의 뒷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1학년 수련활동과 같은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2학년 학생들을 기다리면서 나는 어느 학부모의 뜨거운 눈물을 보았다. 다 큰 중학생이라 마중 나오는 학부모가 적었기에 택시에서 내리는 엄마의 밝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가장 늦게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껴안으면서 3일 동안 너무 보고 싶었다고 엉엉 우는 모습을 숨기지 못하셨다. 옆에서 지켜 본 나도 함께 눈물이 맺힐 정도로 엄마의 애절한 보고픔이었다. 정신지체로 마음이 아픈 아들이 너무나 걱정돼 초등학교 수학여행도 못 보냈기에 처음 떨어져 지낸 3일이라는 시간이 하염없이 길었다는 엄마의 말과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 날 이후 나는 엄마라는 위대한 사명감이 가슴 한켠에서 용솟음치고 있다. 마음이 아픈 학생을 마주하면 더욱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곤 한다.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아이를 단단히 영글게 함을 알기에.

그렇다. 교육의 테루아르는 몸이 불편한 학생을 위해 따뜻한 등을 내어주는 선생님의 헌신과 뜨거운 눈물 속에 감춰진 엄마의 깊은 사랑으로 빚어지고 있었다.
먼저 손 내밀어 보자. 먼저 다가서 보자. 작은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의 교육 테루아르로 기억에 남을 테니. 아름다운 청춘을 더욱 빛나게 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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