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 기본권 쟁취 울산투쟁본부는 16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택배노동자의 여름휴가를 위해 8월 16일을 택배 없는 날로 선언하고 택배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 했다. 우성만 기자  
 

“13년 동안 택배노동자로 살아오면서, 여름휴가라는 게 없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빠, 우린 언제 여름휴가 가요?’라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하기만 합니다. 우리도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지부와 전국택배노조 울산지부는 16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모든 택배노동자에게 여름휴가를 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다음달 16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모든 택배사가 여름휴가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공휴일인 15일과 주말인 17일, 18일까지 이어 나흘간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평균 70여시간을 근무하면서도 별도의 ‘휴가’ 개념이 없다.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연차’도 발생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을 대신할 다른 노동자를 직접 구해야 한다. ‘대체배송’ 노동자가 있긴 하지만, 배송 수수료의 2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탓에 택배노동자들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임의적으로 ‘휴가’를 쓰는 처지다.

택배노동자들에게 ‘휴가’가 주어졌던 것은 2014년 8월 단 한차례, KGB택배에서 뿐이었다. 당시 노조가 모든 택배사에 여름휴가를 요구했고, KGB택배 측만 이를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택배사들은 거부했고, 이듬해 다시 택배노동자들의 여름휴가는 흐지부지됐다.

최요나 전국택배연대노조 울산지부장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중순까지는 고객사들도 대부분 여름휴가를 떠나, 물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다”며 “배송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택배사가 고객사에 사전 협의를 구하면 여름휴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에어컨은 물론 변변한 선풍기 하나 없는 터미널에서 오전 내내 시달리고 폭염을 뚫고 배송하느라 뛰어다니는 것도 괴로운 택배노동자들에게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여름휴가를 보장해달라”며 “택배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돼야 고객의 물건이 안전하게 배송되는 최소한의 서비스 질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모든 택배사에 관련 촉구 서한문을 발송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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