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메보레, 고시히카리 등 일본쌀, 품질에 비해 고가판매
경기와 충북지역 농가 일본품종 선호…정부, 2023년부터 종자보급 중단
농림축산식품부 국산품종 보급 확대…삼광벼와 진수미, 참드림 등 승부수

우리 정부가 일본의 황당한 무역보복 조치에 맞서 강공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매일 먹는 쌀에 대해서도 일본품종을 국산품종으로 대체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 쌀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끼바레(추청),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등 일본품종의 쌀을 순수 국산품종으로 대체할 경우, 소비자들은 고품질의 맛 좋은 밥을 그대로 먹으면서도 가격부담은 확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본품종 쌀, 50년간 한국 쌀시장 지배…소비자에게 가격 부담 안겨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벼 재배면적은 73만7천770ha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본이 1950년대 개발한 아끼바레(추청)가 6만ha로 8.1%를 점유하고 있다.

이어 고시히카리가 1만2천925ha로 1.8%를, 히토메보레가 2천324ha로 0.3%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일본산 품종의 벼가 국내 전체 벼 재배면적의 10.3%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2018년 국내 1인당 쌀 소비량 61kg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지역 소비자들이 6개월 가량 먹을 수 있는 큰 물량이다.

문제는 이들 일본품종의 쌀이 재배 과정에서 아끼바레는 병충해에 약하고, 고시히카리는 약한 비바람에도 잘 쓰러져 단위 수확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가들이 계속해 일본품종의 벼 재배를 선호하는 이유는 워낙 비싼 값에 판매되고, 판로도 좋기 때문이다.

농협에 따르면, 2018년 충북 청원통합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수매한 벼의 수매가는 40kg 기준 고시히카리가 6만8천원, 아끼바레가 6만4천원으로 국산 일반품종 5만9천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렇다 보니, 국내 대형 할인매장에서 판매되는 쌀 소비자 가격도 고시히카리는 4kg 한 포대가 1만8천900원으로 국산 품종 1만4천900원 보다 27%나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본품종의 쌀이 오랜 세월 국내에서 재배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비용부담을 떠안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1970년 국내에 들어온 아끼바레(추청)가 당시 국산 통일벼 품종에 비해 품질이 좋고 밥맛도 좋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50년이 흐른 지금도 소비자 의식 속에 막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서울과 경기 등 대도시권 소비자들을 겨냥해서 경기도와 충청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본품종의 쌀을 홍보까지 해주니까, 해당지역 농민들은 판매가 보장되면서 비싼 값에 판매할 수 있는 일본품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전체 벼 재배면적 7만8천ha 가운데 아끼바레가 3만9천674ha로 50.9%, 고시히카리가 9천560ha로 12.3%를 차지하는 등 일본품종이 64.3%를 점유하고 있다.

충북도 전체 벼 재배면적 3만3천615ha 가운데 아끼바레가 1만1천474ha로 34%를 차지하고 있다. 

◇ 정부, 일본품종 '아웃' 선언…순수 국내산 벼 종자 개발보급 확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농협 등은 2019년 올해를 외래품종, 특히 일본품종을 우리 식탁에서 몰아내기 위한 원년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국산 품종인 삼광벼와 진수미, 맛드림, 참드림, 알찬미 등이 품질이나 생산성면에서 일본품종과 비교해 결코 밀릴게 없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기준 7만5천700ha에 달하는 일본품종의 벼 재배면적을 오는 2021년까지 4만ha로 줄이고, 2023년까지 1만ha 이내로 대폭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 토양과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벼 종자를 보급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쌀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중부 평야지역은 삼광벼와 참드림, 맛드림, 대보, 진광, 해들벼를 중점 보급하고 남부 평야지역엔 호품벼, 영호진미, 미품, 예찬미를 일본품종의 대체품종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도 쌀은 그동안 추청미(아끼바레)로 인식됐으나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경기 삼광미 또는 경기 참드림미에 더 익숙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 정부가 보급하는 쌀 종자 가운데 일본품종의 종자 생산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우선 당장 2020년에는 아끼바레와 고시히카리 종자를 2천870톤 보급하지만 2023년에는 보급을 완전 중단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가 해마다 매입하는 공공비축미에서 일본품종은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충북의 경우 그동안 벼 재배면적 가운데 35%정도를 아끼바레 종으로 재배했는데 2023년에는 5%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33억원의 예산도 편성했다"며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순수 우리 품종의 벼를 확대 보급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산 품종의 쌀이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서 개발했기 때문에 일본쌀에 비해 품질도 좋고, 재배도 용이하다"며 "무엇보다도 쌀값이 일본품종 보다 낮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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