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화일로 속 일본서 K팝·K뷰티 위상 굳건 
10대들,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에 자부심 '똘똘' 
"한국 휴대폰·드라마·노래 세계적인 경쟁력, 日제품 소비 필요성 못 느껴"

최근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혜진 (43·가명) 씨는 딸 송민재(14·가명) 양에게 물었다. "민재는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민재 양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답변했다. "난 이미 일본 불매하고 있었는데? K팝도 그렇고 화장품도 그렇고 우리가 일본에 꿀릴 게 뭐가 있어?" 

민재 양의 답변은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10대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K팝과 K뷰티를 위시한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 3차 한류열풍을 주도하는 K팝과 K뷰티의 위상은 굳건하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달 2개 도시(오사카·시즈오카)에서 4회에 걸쳐 진행한 일본 스타디움 투어에서 관객 21만 명을 동원했다. 트와이스가 지난달 17일과 24일 음원으로 선공개한 신곡(싱글 4집·5집)은 일본 라인뮤직 차트 1·2위에 올랐다. 

한일 합작프로젝트 '프로듀스 48'을 통해 탄생한 걸그룹 아이즈원이 지난 2월 일본에서 발표한 첫 싱글음반은 첫 주에만 22만 장이 팔렸다. 오는 21일부터 일본 4개 도시를 돌며 공연한다.

10여 년 전부터 K팝과 J팝의 위상이 뒤바뀌었다. K팝이 각국의 아이튠즈 음반차트를 점령하는 동안 J팝은 차트에서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대신 'K팝 따라하기'에 혈안이다. 일본의 대형기획사 LDH는 발리스틱 보이즈·이걸스 등 K팝의 특성을 이식한 그룹을 다수 선보였고, 또다른 거대기획사 자니스는 지난해 처음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일본의 10대와 20대가 대학축제나 클럽 등에서 K팝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대거 올라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K뷰티가 다소 주춤하지만 일본에서는 위세가 여전하다. 

'글로벌 코스메틱스 포커스' 7월호(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발간)는 "K뷰티가 3차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을 정도로 일본의 10~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미용 정보지 앳코스메 인기 제품 순위에서 한국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한국식 메이크업을 일컫는 얼짱 메이크업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얼짱메이크업' 게시물은 9만 4천 건에 이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8일 CBS노컷뉴스에 "기성세대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제품과 기술력이 좋다는 인식이 뿌리깊기 때문에 일본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10대들은 과거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대들의 주관심사인 휴대폰·드라마·노래 등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굳이 경쟁국인 일본 제품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 세대일수록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일본에 대한 감성도 기성세대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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