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제소 앞두고 일본과 동일시 평가 피하려는 목적인 듯
산업부 "고시 개정안 자체를 일본에 대한 상응조치로 보게 되면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될 수 있어"
성윤모 장관, 일본과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을 여지도 남겨놔

우리 정부가 경제 보복 조치를 감행한 일본을 역시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눈에는 눈' 대응을 내놓고도 '상응조치'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요지부동인 일본을 향해 경제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보이지만, WTO 제소를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동일시되는 평가를 피하기 위한 목적과 동시에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일본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도 분석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 일본을 '공조가 어려운 상대'로 분류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일본이 지난 2일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관련 법령 개정안을 가결한 뒤 반도체 소재 1건에 대한 수출 승인을 내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본이 전반적인 기조에 변화가 없고 오히려 국제 사회를 향해 명분을 쌓은 것으로 비치면서 이날 고시 개정안 발표로 사실상 맞대응 방침을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가, 나 지역으로 구분된 수출 지역을 가의1, 가의2, 나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을 새로 신설된 가의2 지역에 처음으로 넣었다. 

적용되는 제재는 나 지역의 비백색국가 수준과 다르지 않다.

가, 나, 다로 구분하지 않고 가의2라는 지역을 신설한 건 일본이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했기 때문인데, 그러고서도 정작 수출통제제도를 원칙에 맞지 않게 운영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분류이면서도 다짜고짜 일본만 콕집어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을 파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산업부 박태성 무역투자실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고시 개정안 자체를 일본에 대한 상응조치로 보게 되면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성 장관은 고시 개정안 발표 말미에 "의견수렴 기간중에 일본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일본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만, 산업부 측은 이에 대해 "협상전략이라기보다는 한국 정부가 수출통제 제도를 보다 투명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갖고 개정해 간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일본을 WTO에 제소할 방침도 정부는 거듭 확인했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일반적인 고시 개정 정차에 따라 20일간의 의견수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 달 중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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