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라면 한글을 창제한 주역이다. 이 주류 학설 대신 신미스님이라는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 영화 ‘나랏말싸미’에서는 1443년 세종대왕이 신미스님과 만난다. 
신미는 세종이 유언으로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라는 법호를 내렸던 인물이다. 이 한 줄의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기존 학설 대신에 신미스님과 승려들이 한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했다는 가설을 풀어낸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뒤튼 반전의 스토리가 영화 ‘나랏말싸미’에서는 별미(?)로 다가온다. 
백팔번뇌(百八煩惱)란 불교에서 인생고해(人生苦海)를 분석적으로 고찰 했을 때에 나타난 표현일 듯싶다. 한글의 훈민정음과 이 불교의 신성한 숫자 108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나랏 말싸미 중국에 달라...”로 시작하는 세종어제(世宗御製) 훈민정음 서문이 꼭 108자로 되어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세종, 세조 두 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불경을 간행하면서 가슴 속에 은밀히 간직하고 있었던 숨은 염원을 추측할 수 있다. 그것은 어리석은 백성이 문자 생활을 함으로써, 생활의 편의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불법의 교화로 모든 백성을 극락정토(極樂淨土)로 살아가는 마음의 행복도 함께 누리기를 기원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훈민정음은 극락을 만들고자 창제된 것이다. 유교 사상에 젖은 사대부들에 맞서 은밀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7월17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에서 문화재청 관계자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유자로 알려진 배익기씨가 만났다. 앞서 대법원은 문화재청의 상주본 강제 회수를 막아달라는 배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 관계자가 배씨를 찾아가 대법원 판결문을 전달하고 반환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배씨는 “1000억 원을 주면 돌려주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배씨와의 50여 번째 만남도 불발로 끝났다. 속세의 훈민정음 상주본은 극락정토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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