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걷는 것’ 생각하고 도착한 인도 히말라야
 해발 4,000m 넘는 산 걸으며 가장 힘들었던 호흡
 폐쇄된 국경지역서 고통·탄성 동시에 느꼈던 5일

조숙 시인

잠무 카슈미르로부터 분리됐다고 축하를 하는 라다크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다니. 나의 게으름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산을 잘 다니는 사람에게 꿈일지 모르지만 산에 오르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트레킹(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산길에서의 도보여행-다음 백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도 히말라야 공마루의 해발 5,300m 고개를 넘게 됐다.

‘트레킹’을 단지 걷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인도 히말라야 마카밸리 트레킹은 해발 4,000m가 넘는 산에서 4박을 해야 하는 5일간의 일정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숨쉬기’였는데, 히말라야 트레킹을 ‘걷기’로 이해한 나는, 발가락 양말에 두터운 등산용 양말, 트레킹화, 걷기에 알맞은 챙 넓은 모자, 자외선을 막는 선글라스, 장갑 같은 것을 준비했다.
트레킹 첫날 갑자기 차에서 내려 걸으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차는 우리의 발이었는데 맨발로 돌산을 걸으라는 듯한, 조금쯤은 버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락을 먹는 장소는 나무 의자가 몇 개 있는 화장실 옆이었다. 물론 우리 일행뿐이었다. 마침 비도 흩뿌렸다. 산이라고 하면 나무도 보이고 그늘도 있고, 풀도 보이고 해야 하는데 공사장의 뾰족한 잔돌 같은 것만 보였다.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라다크 고유의 오색 깃발이 멀리서 펄럭였다. 당황해서 이곳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5일 동안.

걸으면서 만나는 히말라야는 황량하다기 보다는 새로운 별에 도착한 것 같았다. 라다크 산의 특징이 달의 표면에 도착한 것 같은 신비감을 준다고 하는데 거대한 자연은, 거대한 돌산은, 거대한 퇴적의 흔적을 보여주며 그렇게 지구의 뿌리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누구는 태어난 곳이 해발 4,300m가 넘는다고 하니(가이드 남걀군) 우리처럼 바닷가 해발 0m의 삶은 이런 거대함을 상상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힘들게 고도를 높여갔다.
첫날 잠들 때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 때문에 자주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사실은 무서운 짐승이라도 만난 듯 밤새 울부짖는 당나귀와 개들의 소리 때문에 깼는지도 모른다. 숙박지를 감싸고도는 물소리는 폭포처럼 소리 내고 빗방울도 텐트를 두드려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별 문제가 되지 못했다. 진짜 문제는 숨쉬기였다. 몸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생각을 많이 하거나, 장난을 좀 치거나, 밥을 많이 먹거나 하면 숨이 가빠졌다. 바닷물 깊은 곳에 들어갔을 때처럼 가슴에 압박을 느꼈다. 일행 중에 몸살 감기, 소화불량과 두통이 생겼다. 준비해 간 트레킹 준비물은 무기력했다. 그렇지만 고산지역 특유의 맑은 공기와 청량감 넘치는 하늘, 눈부신 햇살과 광활한 자연은 감탄을 끊임없이 불러왔다. 숨이 턱에 차고 발가락이 아플 때쯤에 만나는 차 마시는 집. 거기에도 사람들이 수줍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햇볕을 가린 임시 찻집에 앉아서 밀크티나 콜라, 지역 특산물 쥬스를 마실 수 있었다. 지금 라다크 주변은 인도와의 관계 때문에 긴장 상황에 있다. 며칠 전 라다크가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서 독립됐다고 축하하는 행사를 했었다. 잠무 카슈미르 지역은 이 문제로 인도군으로부터 폐쇄됐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가장 긴장된 국가에 들어간다. 북한과 휴전상태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긴장이 고조된 인도의 잠무 카슈미르 인근에서 광활한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인간의 역사를 생각한다. 고통과 탄성을 동시에 주던 히말라야. 달의 표면 같은 산들. 생존을 위해 몰아쉬어야 했던 숨쉬기.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국가권력에 의해 폐쇄된 국경지역. 나중에 이 시간들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나의 어이없는 트레킹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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