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영화에 출연해 전국적인 스타가 된 개가 있다. 이름이 궈즈(果汁·주스)라는 상하이의 견공이다. 어릴 때 버려져 거리를 떠돌던 이 개는 입양된 후 몸의 털 일부가 오렌지색과 비슷하다고 해서 ‘궈즈’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금까지 8편의 영화에 출연한 톱클래스 탤런트다. 하루 출연료가 300만 원 정도다.
문제는 ‘궈즈’가 노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추정 연령 9살로 사람으로 치면 50대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체력이 떨어져 장시간 촬영이 어렵게 됐다. 궈즈 소속 프로덕션에서는 완전히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후계자를 얻기 위해 복제하기로 했다.
‘소(小) 궈즈’로 불리는 복제견이 작년에 태어났다. 생후 9개월의 ‘소 궈즈’는 궈즈를 100% 빼닮았다. 전속 트레이너로부터 연기 훈련을 받고 있다. 소 궈즈의 훈련 소화능력은 뛰어났다.
궈즈 복제 회사는 2012년 설립된 시노진(SINOGEN)이라는 벤처기업이다. 2018년 독자적 기술로 개 복제 사업을 시작했다. 복제 비용은 마리당 약 6500만 원 선이다. 만만치 않은 돈이지만 중국 전역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고가의 토종견이나 수입 애완견을 가지는 것이 성공의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1억 원 이상의 초고가 개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자도 많다. 복제를 해서라도 헤어지지 않겠다는 애견가들이 급증하고 있다. 애견 판매상들은 1억 원 이상에 팔 수 있는 개가 있으면 7000만 원 정도면 복제하게 되니  수지맞는 장사다.
육종기술의 발달은 개들의 운명을 크게 바꿨다. 사냥감을 빨리 추적하기 위해 다리를 길게 만들었다. 굴속의 사냥감을 잡도록 다리를 짧게 만들기도 했다. 투견을 위해 강한 턱의 대형 품종도, 귀엽게 보이기 위해 몸은 작고 머리는 큰 개도 만들었다.
이렇게 인간의 욕구와 취향에 따라 육종된 개가 약 400여종에 이른다. 수려한 외모와는 달리 다양한 유전적 질환에 시달리는 개도 적지 않다. 반려견의 가치는 특정 품종이 아니라 건강한 상태에서 보호자와 살 수 있어야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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