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언울산북구의회 의장

의정생활 접하는 수많은 민원…‘상담기법’적용 노력
해결책 제시 중요하지만 감정의 정체 파악이 우선
‘경청 → 신뢰형성 → 의견공감 → 협조·타협’ 바람직

얼마 전 북구지역 한 어르신께서 민원 의뢰를 위해 의장실을 찾으셨다. 수년간 뛰어다녀도 풀리지 않는 민원을 가지고 오셨는데, 해결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민원이었다. 의장으로서 딱한 사정을 집중해서 듣는 방법 외엔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었다. 
말씀을 다 들었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해 조언 정도만 해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어르신께서는 민원을 잘 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하시며 기쁜 표정으로 의장실을 나서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한다. 이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고 또한 타협이 되어 문제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을 수없이 접하고 있다. 그 중에는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이 민원을 더 잘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어찌하면 주민들과 마찰 없이 이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늘 과제로 다가온다. 
필자의 경우 민원 사항을 전달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기법을 적용하려 애쓴다. 민원과 지역 현안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인간의 삶과 삶에 대한 문제의 본질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이 상담기법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상담에 있어 민원을 듣는 입장에서는 상담자의 자세로 타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지혜와 교훈을, 절망에 대해서는 희망을, 고통과 좌절에 대해서는 진정한 용기를 민원인에게 전하려는 노력을 하고, 이에 앞서 상담인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민원 수용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민원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는 내담자(민원인)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우선 내담자가 불만을 제기하면 그 불만에 응대를 해야 한다. 가끔 불만이 가득한 민원인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거나 그 이상으로 상대에게 강한 분노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민원인의 입장을 듣는 상담자가 불만을 초래한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 민원인을 실망에 빠트린 것은 사회나 국가의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민원을 들어주는 사람을 대리인으로 인식해서 그를 향해 강한 질책의 목소리를 낼 때가 있어 한계에 부딪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민원 응대인은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민원인의 감정을 조율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민원인이 표현하는 감정의 정체를 우선 파악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불만을 표현하는 민원인의 마음에는 실망감, 억울함, 무시당함과 섭섭함, 귀찮고 번거롭고 창피함까지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감정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인지해 민원사항을 경청하면서 라포, 즉 상담사와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민원인의 의견에 공감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조하며 타협점을 찾는다면 현안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민원인의 불만을 수용하고, 경청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열린 자세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이후에도 민원이 제대로 해소되었는지, 추가 요청사항은 없는지 확인하여 신뢰 관계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인간중심 상담이론처럼 직접적인 충고와 해석은 피하고, 민원인이 말하는 것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비지시적인 방법을 상담자 역할을 하는 많은 분들이 익히고 실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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