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남구 삼산동 사거리 앞 신호를 기다리는 중 스마트기기를 보고있다.  
 

길을 걸을 때조차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일명 ‘스몸비 족’이 울산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한 구청에서 스마트폰 정지선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스몸비 족’이 줄지 않아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몸비 족’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로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다.

20일 울산 남구 삼산동 터미널사거리. 신호를 기다리는 15여 명의 사람 중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보는 사람은 9명으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기기를 사용 중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기기를 주시하고 있었고 일부는 신호를 기다리는 틈에 핸드폰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며 만지작거렸다.

신호 대기 중이던 김모(22)씨는 “신호를 기다릴 때 그냥 서 있으면 심심해서 핸드폰을 보게 된다”며 “신호가 바뀌면 핸드폰을 넣고 걸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핸드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울산은 지난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빈도가 17개의 시·도 중 1위였다.

울산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빈도가 전국 평균 14.38%보다 월등하게 높은 20.78%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스마트기기를 만진다는 얘기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빈도는 30.25%로 17개의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울산은 지난해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도 역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약 3%가량 높아 꼴찌를 기록했다.

‘스몸비 족’은 전 세계적으로도 문제가 제기돼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중국은 스몸비 전용 도로를 만들어 스마트 사용자를 보호해주는 장치로 사용되며 미국 뉴욕에선 도로를 건너는 동안 스마트 폰을 보면 보행자를 상대로 최소 25달러에서 최대 250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지난해 발의됐다.

울산 남구에서도 지난 2017년 ‘스몸비 족’의 사고를 예방하고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보도블록에 ‘스마트폰 정지선’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스마트폰 정지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티커 안에는 스마트폰 사용금지 표지와 “앞을 보세요”, “당신은 스몸비 입니까?” 등 10종류의 문구를 삽입해 ‘스몸비 족’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 지난해 남구자원봉사센터와 SK에너지 직원들은 한 초등학교 인근에 노란 발자국 페인팅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걷는 ‘스몸비 족’이 줄지 않고 있어 각 지자체의 대안보다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조정권 울산본부장은 “제도개선이나 기술 등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개인에게 스마트폰을 보며 주행하거나 보행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려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 2017년도 대비 23.4% 늘어나 특·광역시 중 꼴찌를 기록해 교통안전이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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