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묻어둔 여름을 꺼낸다
마곡리 여름 속엔 온통
목조식 설계도가 가득하다
평방미터로 물이 오르고
물을 퍼 나르는 이파리들
목조식 여름엔 지하수를 마시고
겨울의 도면으로 여름을 꽝꽝 짓고 있다
풀뱀의 방식으로 보일러를 놓고
반딧불이 저녁마다 깜박거린다면
창문마다 구름을 키운다면
이웃들의 부러움을 사겠지
흙 묻은 구두는 불안하겠지만
풀씨들의 착각이 달라붙는
옷차림과 장화의 배경
소낙비는 급류로 잠시 쉬고
더위는 길게 땀을 흘린다
한 줌 시원한 여름이 손에서 유랑한다거나
목수의 지문에서 나무들이 새 지문을 갖는 일
빗줄기로 연결된 곳마다
시들었던 모종들과 엉킨 덤불이 자란다
여름은 물음표를 괴고 뚝딱뚝딱 목조로 선다
갈증이 심한 더위에 여름을 지어놓고
느긋하게 가을을 상상하는 일
개울물 소리에서 내 얼굴을 살피는 일
목조 여름에 설계한 목록에는
겨울이 뼈대여도 괜찮다
◆ 詩이야기 : 겨울부터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설계도에 그렸다. 몇 평의 안부를 섞어 여름의 기척을 들인 마을 풀어먹인 말馬들과 파랗게 익은 여름 안부는 곧잘 썩지만 올 여름, 나를 흔들었던 문체와 시원한 맨발로 다니겠다.
◆약력
2016년 『실천문학』 제5회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
‘시와 공감’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