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권 일각·일부 주민 산책로 조성 주장
경관보존·생물자원 보호·시민안전 위해 안돼
울산 대표 랜드마크로서 태화루·주변 보존을

한삼건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영남 3대 누각으로 16세기 말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멸실된 태화루는 2014년에 중창됐다. 조선후기에 그려진 고지도를 통해서 현재의 자리임이 확인됐다. 그리고 건립 공사 시 신라시대 기와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이 수습되면서 그 위치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태화루가 언제 세워졌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또 ‘태화사에 딸린 누각’이라는 기록이 전하는 태화사 위치도 찾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민과 울산시는 앞으로 태화사 위치를 찾고 그 역사를 밝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태화사라는 이름에는 건립 당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신라인의 절절한 염원을 담았고, 지금 울산을 상징하는 태화강이라는 명칭이 여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울산지역 정치권 일각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태화루가 서 있는 절벽 아래에 산책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신문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예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태화루 건립 준비가 한창이던 시점에 이 문제가 논란이 됐는데, 여러 이유로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지금처럼 보전해 왔다.
먼저, 태화루 입지조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태화강변에서 가장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특히 누각이 서 있는 절벽 자체의 경관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연’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절벽과 그 절벽에 생장하고 있는 수목, 그리고 절벽 아래 강물이라는 세 가지 요소 이외에 다른 첨가물은 경관을 파괴할 뿐이다. 현재 태화루 주변은 우리 전통 경관을 지키려고 노력해 온 곳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두 번째는 이미 산책로는 조성돼 있기 때문에 중복투자다. 필자는 태화루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한 당사자다. 건립과정에서 건립자문위원과 일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태화루 남쪽 강 쪽으로 24시간 통행이 가능한 산책로를 조성했다. 이 길은 태화루 경관을 저해하지 않고, 홍수에 의한 수위변동의 영향도 없으며, 언덕길을 따라서 다양한 높이에서 변화하는 강변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다. 태화루 건립이전에는 태화강변 북쪽 산책로 중 유일하게 이 구간이 단절돼 있었다. 본디 누각은 강변에 바짝 다가서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으로 막은 것은 태화강변 산책로를 이어줘야 한다는 요청과 필요성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는 태화강은 홍수위 변동이 크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있다. 절벽 아래로는 산책로 설치가 불가하다. 만일 평상시 수면 가까이에 산책로를 만들면 해마다 침수피해를 겪고, 청소와 보수가 항상 필요하게 된다. 또 홍수위 보다 높여서 산책로를 만든다면 기존의 태화루 앞 산책로와 다를 바는 없으면서 절벽 중턱을 지나게 돼 수목을 잘라 내어야 하는 등 결과적으로 경관파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산책로 공사는 크든 작든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는 점이 설치하면 안 되는 이유다. 즉, 당장 산책로를 설치하려면 강변의 암반에 기초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태화루 아래 암반파괴는 피할 수 없다. 태화루 부근의 강변 암반은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으로 잘게 부서진다. 선바위와 같은 암반이다. 고정물을 걸기도 힘들고 안정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또 강변 바위 중에는 과거 울산도호부사가 기우제를 지내던 기우제단이 있다. 게다가 이 바위는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이 쉼터로 애용하고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태화루 아래 용금소 절벽은 수달을 비롯한 새들이나 물고기가 쉬고 놀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약간의 불편이 오랜 편리를 가져 올 수 있다.

경관보존과 생물자원 보호, 시민안전을 위해 논란을 거두고 울산의 자랑인 태화루와 국가정원의 가치를 높이는 랜드마크로서 태화루와 태화루 주변이 보존 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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