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1751>에서 사대부가 기거할 만한 곳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풍수, 경제, 인심, 풍광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풍수와 경치가 좋고 경제가 받쳐 주는 곳이면 으뜸이란 얘기다. 그 기준에 부합되는 곳이 전남 법성포, 충남 강경포구 등 포구와 강가의 물류 집산지들이었다. 요즘 ‘현대인 택리지’라면 몇 가지 추가된다. 교통, 환경,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각종 인프라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살기 좋은 곳의 기준이 별반 다르지 않다. 시사전문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선정한 ‘최고의 주(Best state)’는 위싱턴주였다. 2018년 6위에서 1위로 껑충 뛰었다. 이어 뉴 햄프셔, 미네소타, 유타, 버몬트, 메릴랜도, 버지니아 순이다. 기준은 헬스케어, 교육, 경제, 인프라 기회, 재정 안정성, 범죄 및 교정, 자연환경 등 8개 분야의 공식 통계와 5만 명 설문 결과다. 
워싱턴 주에는 최고 기업도시로 부상한 시애틀이 있다. 시애틀은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아마존 등의 본사가 있는 일자리 천국으로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이어 ‘살기 좋은 도시’ 2위다. 
우리나라도 울산·창원·거제·구미·군산 등 산업도시들이 한때 각광 받은 도시였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GDRP) 최 상위권에 오른 부자도시들이었다. 하지만 주력산업 부진에 따른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몰락으로 고(高)실업 도시가 잇따르고 있다. 
1인당 개인소득 1위를 지켜왔던 울산 (2195만6000원)이 2017년 1위 자리를 서울(2223만 7000원)에 내줬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침체 여파다. 2010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 기흥·평택·화성 공장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이 있는 경기도는 반도체 호황 덕에 4위로 한 단계 뛰어 올랐다. 도시의 부침이 기업에 달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량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는 물론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기업도시의 원조다. ‘기업도시 울산’의 저력을 하루 빨리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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