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민가와 목조주택 등을 상점가나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한 가라호리 골목은 오사카의 옛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끌벅적 화려한 오사카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소박하고 옛스러운 골목길이 요즘 인기다.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늘어서 있는 카라호리는 1950년 이전에 건축된 고(古)민가와 일본식 전통 목조주택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좁은 골목에 길게 늘어선 목조 건물들과 일상의 풍경이 있는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곳은 고풍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 모습에 매료된 예술가와 상인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정착해 카페, 갤러리, 잡화점, 식당, 선술집 등을 운영하며 관광객들의 복고 감성을 자극한다. 남들 다가는 뻔한 관광지에 지친, 작은 골목 사이 사이 숨겨진 보석 같은 가게들을 찾으며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바로 카라호리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오래된 주택들이 언제 쓰러질지 몰라 불안해하며 개발을 바랬던 지역 주민들도 지금은 사랑받는 골목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지켜나가게 됐다. 

  20년전 건축가·문화 관계자·부동산 업자 ‘카라호리 클럽’ 결성
  일본 전통 민가 지키기 의견 모아 리모델링 통해 건물 활용 높여
  주택 소유자 유대형성 등 통해 공동 사업 추진 주민의식 고취

  제 3자 전대·서브리스 방식 운영…현재 약 120개 상점가 입점
  청년들 대거 유입 게스트 하우스·카페·음식점 등 상권 활성화

가라호리의 오래된 목조건물을 통째로 옮겨와 공방과 상점 등을 입주 시킨 렌(練).

#전통 건물을 지키며 리모델링, 복고풍 골목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으로 오사카의 대부분이 파괴됐지만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던 카라호리에는 1920년 당시 일본식 목조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옛 일본의 풍광이 남아있다. 
전쟁이 끝난 후 카라호리 상점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마을 재건에 나섰고, 한때는 오사카의 중심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오사카 인근에 재개발이 시작되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카라호리에는 작고 오래된 가게들만이 남았고, 지역 주민들 역시 고령화 되면서 과거 4개교가 있던 초등학교는 1곳으로 합쳐지게 됐다. 
점차 이 곳을 찾는 사람은 없어지고 한산하고 활력 없는 골목으로 뒤처지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도 덩달아 이곳의 개발을 원하는 분위기 였지만 일찍이 이 지역의 특성을 알아채고 이곳의 개성을 보존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카라호리 골목의 보존과 활성화를 주도한 단체는 지역 주민이 아니었다. 이곳의 특별함을 미리 알아챈 건축가와 문화 관계자, 부동산 업자들이다. 
이들이 모여 20년전 카라호리 클럽을 결성, 일본식 전통 민가들을 지켜나가는 데 의견을 모았다. 초창기 카라호리 클럽에는 지역 주민들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일본식 전통 건물을 리모델링해 건물의 활용을 높였으며, 이와 함께 주민 의식 고취를 위한 주택 소유자들의 유대형성 등을 통해 공동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1900년대 초의 일본식 옛 목조가옥인 나가야(長屋)를 개조한 카페와 잡화점이 들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상권 활성화로 청년 유입, 살아나는 골목 
카라호리 클럽은 골목 내에 세를 주고 있지 않은 빈 건물들을 전부 임차한 뒤 고(古)민가를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해 제 3자에게 전대했다. 
주택 소유자가 운영 여력이 없을 경우 장기 임대 및 리모델링에 동의하는 조건하에 주택 관리를 대행하는 ‘서브리스’ 방식이다. 
특히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기간을 갱신하며, 임대료 역시 유지하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청년들이 대거 유입돼 게스트 하우스나 카페, 음식점등을 경영하고 있다. 
카라호리 골목에는 약 120개 상점가가 입점해 있고, 크게 ‘호(萌)’, ‘렌(練)’, ‘소(    )’로 나뉜다. 
쇼와시대 건축물을 재사용한 복고풍 상점가인 ‘호’에는 여러 상점 뿐만 아니라 ‘나오키 신주고 기념관’을 설치해 카라호리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했다. 
카라호리 골목을 대표하는 ‘렌’은 1900년대 초에 카라호리로 이축한 왕족의 별장이었다. 
일본식 전통 목조 건물의 개성을 살린채 복합상업시설 탈바꿈했으며 가운데 작은 일본식 정원을 빙 둘러 가죽공방과 초콜릿 전문점, 잡화점 , 기모노체험관 등 15개의 특색있는 점포들이 입점,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렌의 경우 지역의 상징적 건물로 인정받아 2012년에는 유형문화재로 등재되기도 했다. 
‘소’는 두 채의 오래된 연립 주택을 개조해 수제 잡화점 및 까페 등 10여개 점포가 있는 복합상업시설로 재생했다.

■ 다이사쿠 일본 카라호리 클럽 대표 

“지역민 공동체 의식·자긍심 고취…마을 꾸며 사람들 모아
  죽었던 마을 살아나고 상권 활발해지자 주민들 주체적 참여”

카라호리 클럽은 카라호리 골목의 개성을 지키면서 활성화 시키기 위해 2001년 설립 됐다. 비영리 민간 법인으로 현재 주택 소유자와 건축가, 상가 관계자. 부동산 업자, 문화 관계자 등 회원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다이사쿠 대표는 “20년 전 카라호리는 활력이 없고 건강하지 않은 마을이었다”며 “다만 오사카의 변화 속에서 이 곳의 일본식 전통 가옥들을 지키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카라호리 클럽을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마을의 개성이 마을을 풍부하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당시 이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마을 자체를 낡은 곳으로만 생각하며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처음 활동할 때는 이곳 주민들이 외부인의 개입을 탐탁치 않아 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이 곳에서 상점을 아주 일부 주민들만 우리의 활동을 지지했다”며 “하지만 마을을 지키기 위한 것을 원점으로 서로 힘을 합쳐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다이사쿠 대표는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의 활동을 보여주고,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먼저 시작한 것이 ‘호’, ‘렌’, ‘소’이며 총 30개 점포가 우선 들어왔다”며 “지역 주민들은 목조 건물은 오래 됐으니 언제 무너질지 몰라 빌리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건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걸 알리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캠페인도 병행했다. 
이와 관련 그는 “10년 동안 매년 마을 아트 이벤트를 주최했다. 작가들을 모집에 각각 공간을 할당, 마을 계단과 벽, 인도 등에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전시하는 등 마을을 꾸며 사람들을 모았다”며 “이를 통해 죽었던 마을이 살아나고 상권이 점차 활발해지면서 마을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건물을 빌려주게 됐고, 지역의 가치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사람이 모이는 골목’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카라호리 클럽은 이제 새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카라호리가 살기 좋아지면서 새로운 입주자 들이 많아졌다. 다만 이들은 지역에서 소비를 하지 않고 대형슈퍼에서 장을보고 번화가에서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한다”며 “이들이 살고 있는 골목과 친해질 수 있도록 산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에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로 주민들이 함께 동네 산책을 하며 작은 선술집, 식당 등에 들어가기도 하고 장을 보는 문화 만들기다. 
다이사쿠 대표는 “과거에는 마을 전체를 이끌어가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논도 많이 하고 클럽활동을 활발히 하며 생각을 바꿔가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 사람이 찾아오는 골목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데다 상점가와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단체들도 생겼고 여러 세대들이 함께 사는 곳이 되었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를 만들기 보다는 특별한 문제가 생기면 모여서 논의하는 방식으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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