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텔라우 소각장이 위치한 오스트리아 빈 도심 전경.

모차르트와 클림트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오스트리아 빈. 궁전을 비롯해 박물관, 미술관, 오페라 하우스 등 예술의 혼이 담긴 장소뿐만 아니라 일반 상가건물까지도 예술작품이 걸려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여유롭게 달리는 트램은 빈의 멋을 한껏 더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도시로 선정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수도에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고 하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트램을 타고 소각장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쓰레기 소각장이 있을 것 같은 한적하고 폐쇄된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다. 반신반의하며 발걸음을 한 끝에 알록달록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관광객과 일상생활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빈 최초의 소각장 슈피텔라우를 만났다.

슈피텔라우 소각장 1987년 화재로 파괴돼 재건축 기로
 헬무트 칠크 빈 시장 반대 심한 주민들과 소통 거듭해 설득
‘폐기물·에너지·예술’ 매혹적 방식으로 결합시켰다 평가

 연간 폐기물 25만t 처리…6만 가구에 전기·난방에너지 공급
 화가 겸 건축가 훈데르트바서 디자인 영향 관광명소로도 꼽혀
‘빈에너지’ 공기업이 소각장 운영…소득 안정·정년 보장받아
 국민들, 환경미화원 ‘자부심’ 커 어린학생 장래희망 삼기도

 

오스트리아의 화가 겸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가 전체 디자인을 담당해 친환경적인 시설로 재건축 작업을 진행한 슈피텔라우 전경.

 

#슈피텔라우 빈의 예술혼을 담아 다시 태어나다
슈피텔라우도 1969년부터 1971년에 걸쳐 빈 최초의 소각장으로 설립된 당시에는 대표적인 혐오시설 중 하나였다. 그런데 1987년 큰 화재로 인해 대부분이 파괴돼 재건축의 기로에 서게 된다. 
혐오시설을 재건축한다는 사실에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당시 헬무트 칠크(Helmut Zilk) 빈 시장은 새로운 시설이 깨끗하고 매력적인 외관과 높은 환경 기준에 부합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주민들과 소통에 소통을 거듭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화가 겸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가 전체 디자인을 담당해 친환경적인 시설로 재건축 작업을 진행했다. 재건축과정에서 최신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설치해 오염원 최소화에도 힘을 쏟았다. 
1992년 새 단장을 마친 슈피텔라우는 다양한 컬러의 외벽, 건물에 심은 나무, 반짝이는 둥근 굴뚝 장식과 유려한 곡선의 시설물로 폐기물, 에너지와 예술을 매혹적인 방식으로 결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관 구성에는 모두 재활용품이 활용된 점도 인상적이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을 보자마자 사진을 찍어 소정의 상품을 걸고 40여명의 지인들이 있는 단체 SNS방에 건물의 용도를 묻는 퀴즈를 냈다. 미술관, 박물관, 놀이동산, 유치원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혐오시설 이미지로는 전혀 떠오르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다. 지자체가 주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며 소각장을 예술작품으로 변모케 했다. 

 

슈피텔라우는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 처리와 함께 시민들에게 에너지원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빈 슈피 텔라우 음식 가판대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

 

#재생에너지원 활용과 관광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슈피텔라우는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 처리와 함께 시민들에게 에너지원 공급, 여기에 관광자원으로서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하루 평균 250여대의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며 도심의 쓰레기를 슈피텔라 우ㅈ로 옮기는데, 연간 처리되는 폐기  물이 25만t에 달한다. 이 처리과정에서 12만Mwh의 전기와 50만Mwh의 지역난방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는데, 빈 시내 약 6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소각 때 나오는 열에너지는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된다. 이 때문에 빈은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피텔라우는 관광명소로도 꼽히고 있다.
훈데르트바서 뮤지엄과 하우스를 방문하는 훈데르트바서 투어가 빈의 대표적인 투어상품으로 있는데, 슈피텔라우 역시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이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나 소각장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용도가 관광객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더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해 있다 보니 가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일명 ‘역세권’에 있기 때문이다. 슈피텔라우 지하철역을 나오면 눈에 바로 들어온다. 소각장 앞에는 유원지나, 공원 등에서 볼 수 있는 야외음식판매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폐기물 소각장을 구경하는 방문객들과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인근 시설 종사자들이 소각장 바로 앞에서 구매한 음식을 즐겁게 먹고 있는 모습은 가히 문화충격이었다. 소각장 건물 내부에 악취가 있긴 했지만 심하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악취가 거의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속가능한 가치추구의 자부심  
슈피텔라우의 운영은 빈에너지라는 공기업이 맡고 있다. 주로 환경미화와 관련된 노동자들이 근무하는데, 이들 모두 공무원으로 소득의 안정과 정년을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빈에너지로 실습을 나온 어린학생들은 장래희망으로 ‘청소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존중도 이 자부심을 한층 두텁게 하고 있다. 단순이 시설물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부터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슈피텔라우도 외관을 유지한 채 친환경을 위한 성능 개선 및 기술개발 등의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선정되는 경쟁력의 중심에는 슈피텔라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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