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허공이 균형을 잡는다 
늘 마주 보고 서 있는 
그들은 맞수다 
쉽사리 다가서지도 물러나지도 않는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저 근성 
쓰러지지 않는 비결은 마주 보고 있기 때문 
서로 무너지지 않으려 안간힘 쓴다 
대웅전 앞, 사각의 뜰 
먼지나 흙이 되어 모두 돌아간 시간 
아직 버티고 있는 저 힘 
눈동자는 당신의 허점을 살핀다 
쓰러지는 일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일이 무서운 것 
가까이 있다 멀리가면 맞수가 아니다 
일상의 기울기가 그림자를 만드는 시간 
이유도 모른 채 중심에서 떠나간 사람들 
죽죽 금 간 모습으로 감은사 탑 주위를 돈다
 

강봉덕 시인

◆ 詩이야기  : 눈가을이다. 천천히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는 시간, 고즈넉한 동해 바닷가근처 감은사지가 있다. 수평의 파도가 수없이 부딪혀 오는 곳에 두 개의 탑이 오롯이 수직으로 서 있다. 한 곳에 우뚝 서서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란이나 태풍, 비바람을 온 몸으로 견디며 살아온 것이다. 천오백 년이 지난 지금도 쓰러지지 않는다. 절이나 나무,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먼지나 흙으로 돌아갔다. 아직도 완성하지 못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일 것이다.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생각해보는 계절이다. 
◆약력 
강봉덕 시인은 2006년 ‘경제신춘문예’, 201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계간 ‘동리목월’로 등단했다. 시집『화분 사이의 식사』가 있으며, 현재 수요시포럼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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