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
26.  반구대 암각화의 관광자원화 방안 

    암각화 관광자원 경제적 가치 높이려면 추가 관광개발 필수

    풍광 좋은 서쪽 수상데크 설치해 사연댐 전체 둘레길 조성해야

    인근 태기리 지역엔 짚라인·출렁다리·카약‧카누 등 즐길거리 

    역사·선사·공룡시대 시간여행 가능한 `백투히스토리 타운' 조성도 

대곡천암각화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반구대암각화와 연계한 주변의 추가 관광자원화가 필요하다. 사진은 반구대암각화 주변 드론 사진.울산매일 포토뱅크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된 포경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약 7천년전 신석기인들에 의해 제작된 이 암각화는 그후 쭉 잊혀졌다가 1971년 12월25일에 발견되었다. 하지만 11년 후인 1982년에야 그 가치를 인정받아 울산시의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다시 13년 후 즉 발견시점에서 24년이 지난 1995년에 비로소 국보 제285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발견 전인 1965년에 울산의 식수원으로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54년째 해마다 침수와 노출을 거듭하면서 심각한 훼손을 겪고 있다. 국보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육안으로 300여개의 그림이 확인 가능하였다. 하지만 2016년 조사에서는 10% 정도인 30여개 정도로 줄어 들었다. 이대로 가면 거의 다 사라질 전망이고 그만큼 가치도 떨어진다. 

# 문화재청이 계량화 한 `반구대암각화' 가치 4926억원 

암각화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도올 김용옥은 “천전리각석과 반구대 암각화는 경주 문화재 전체에 필적할 가치가 있다”고 하였고, 러시아 암각화 학자 니콜라이 보코벤코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는)한국의 삼성브랜드와도 맞먹는 가치가 있다”고 하였단다. 이와 같은 너무도 주관적인 평가를 대하면 토머스 칼라일의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런 표현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과장법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암각화의 가치가 엄청나지만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경주와 삼성의 가치에 비교해 보는 것이지 결코 경주나 삼성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비교를 하려면 주관적이고 측정이 거의 불가능한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 보다는 개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가치를 적용하여야 한다. 

 2009년에 발간된 문화재청 보고서는 설문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평균지불의사를 계량화했다. 이 조사에 의하면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가 4926억원으로 가장 높게 나왔고, 다음으로 정이품송 4152억원, 종묘제례ㆍ제례악 3184억원, 창덕궁 3097억원, 팔만대장경 3080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가치측정방법의 문제점은 2가지이다. 

첫쨰, 설문에 응할 때에 표시한 의례적 지불의사와 실제 지불의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과 둘쨰, 직접적 가치만 고려하였다는 것이다. 암각화에 접근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개천 건너편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보아도 정확하게 보이는 그림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구대 암각화를 보는 비용을 지불하게 하면 과연 몇명이나 응할까? 암각화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 조차도 무료이다. 즉 현실적으로 암각화 자체로는 수익이 없음으로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는 전무하다. 혹자는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발견되었으니 좀더 발굴하면 가치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암각화보존위해 사연댐 수위조절 `반가운 일'

암각화 인근의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과 묶어 ‘대곡천 암각화군’이란 이름으로 2010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상태이다. 울산시는 다음 단계인 우선목록 등재를 금년 12월에 문화재청에 신청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암각화의 연례적 침수를 방지하여 보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20여년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동안 암각화는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울산시가 그 동안 사연댐 수위 조절이라는 간단한 해결책을 외면한 주된 이유가 사연댐의 식수원 기능을 포기하는 경제적 손실 떄문이다. 즉 암각화 보전 그리고 유네스코 등재라는 역사적 문화적 상징적 가치 보다는 '맑은 물' 이라는 현실적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 울산시가 그동안 견지해 오던 암각화와 물문제의 연계를 분리하여 사연댐 수위를 영구조절하기로 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암각화 유명세 활용할 수 있게  주변에 추가적 관광요소 개발해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관광객들이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관광수입도 올라가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는 크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암각화로 가는 접근로가 매우 협소하며 주차시설도 마땅하지 않다. 여타 유명 관광지처럼 관광버스로 대량의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면 암각화의 유명세를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인한 후 주변에 추가적인 관광요소들을 개발하여야 한다. ‘보고' 난 후 '먹고', '즐기고', '경험하고', '머물고' 갈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문화적 가치가 바로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여야 한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제안을 한다. 

첫째, 사연호를 한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을 만들자. 태화강 백리길의 2구간은 망성교에서 대곡박물관까지 사연호의 동쪽을 지나간다. 이것을 사연댐에서 출발하여 암각화 박물관까지로 약간 축소하여 암각화 둘레길 1코스로 하고 사연댐에서 유니스트가 있는 서쪽 방향으로 가서 태기골, 옹태골을 거쳐 암각화 박물관으로 갈 수 있는 서쪽 길을 개발하여 2코스로 하자. 기존에 개발된 동쪽 코스에 비해 서쪽 코스의 풍광이 훨씬 빼어나다. 

사연댐에서 출발하여 약 2/3 정도 까지는 기존의 산길을 이용하면 되지만 옹태골에서 암각화 박물관까지는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산세가 험하여 길을 만들기 어렵다면 사연호에 수상 데크를 설치하면 더욱 좋겠다. 안동의 선비순례길은 안동호를 따라 9개 코스, 91km를 걷는데 수상 데크가 있는 1코스가 가장 인기다. 한 코스당 평균 4-6시간 거리이므로 양 코스를 다 돌려면 1박을 하여야 한다. 

#둘레길·유람선·명상센터·리조트도 가능

둘째, 짚라인, 출렁다리, 말타기, 카약, 카누 등의 즐길거리를 만들자. 암각화주변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 문화재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로 인해 위락시설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사연호 서쪽의 태기리 지역은 동쪽으로는 호수, 서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와 KTX철로로 인해 고립되어 낙후된 지역이므로 관광용도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사연호에 유람선을 띄워 뱃길을 만들면 협소한 육로로 인한 교통편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주위의 풍광도 즐길 수 있는 일거약득의 효과가 있다. 

넷째, 시간이 거꾸로 가는 마을을 만들자. 힐링 붐과 함께 여러 곳에서 슬로우 타운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 제안하였던 시간이 거꾸로 가는 즉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고려, 신라, 청동기, 선사시대 그리고 공룡의 발자국이 찍혔던 1억년전으로 돌아가는 친환경적 생태 마을인 '백투히스토리 타운(Back-to-History Town)'을 조성하자. 

다섯째, 편리한 접근성에 비해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사연호 주변에 현대인의 마을 치유하는 명상센터 및 리조트의 개발을 추진해 보자.  

 반구대 암각화군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 당면과제이지만 그 자체가 바로 관광자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주어지는 무한한 잠재성을 잘 활용하여 경제적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작업도 병행하여야 한다. 암각화의 가치를 삼성브랜드와 견줄 만큼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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