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범죄수법으로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대표적 장기 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28년 만에 밝혀진 가운데,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울산지역의 장기 미제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울산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장기 미제 살인사건은 14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14일 남구 달동의 한 원룸에서 33세 여성이 흉기에 목을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인 2001년에는 중구 옥교동의 한 단란주점에서 업주와 여종업원이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됐는데, 이른바 ‘옥교동 단란주점 살인사건’도 대표적인 미제사건이다. 2005년 남구 무거동의 한 야산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타고 훼손된 채 시신이 발견된 ‘무거동 토막 살인 사건’, 2006년 남구의 불이 난 아파트에서 결박당해 숨진 채 발견된 ‘초등생 방화 살인 사건’, 2010년 퇴근길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백골시신으로 발견된 ‘부곡동 살인사건’ 등도 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모방범죄로 범인이 잡힌 1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현재 범인을 처벌할 수 없지만, 울산지역의 14건의 미제 사건은 2000년 8월 1일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적용돼 범인을 검거하면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미제사건의 수사는 쉽지 않다. 지난 2014년 울산경찰청은 미제전담수사팀을 발족해 현재 3명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나 아직까지 해결한 사건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CCTV가 도처에 있고 과학수사가 발달한 현재와 달리 범행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피해자 신원조차 확인이 안 된 경우도 있어 수사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에 일어난 무거동 토막 살인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시신 지문과, 발가락, 얼굴이 크게 훼손돼 아직 신원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이 자살해 사건이 미궁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2001년 7월 울주군 두서면 탑골 계곡서 피살되어 알몸으로 발견된 다방 여종업원 사건의 경우, 2013년 용의선상에 올랐던 남성이 “억울하다”며 목숨을 끊어 현재까지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수사기법과 과학수사의 발전은 미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구에서는 13년 동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노래방 살인사건 범인을 검거했다. 2004년 사건 현장에서 지문채취에 실패했지만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DNA를 확보했었고, 13년이 지나 2017년, 강도사건 용의자의 수사 중 확보한 DNA와 장기 미제 사건 DNA 대조해 범인을 검거했다. 이 사건은 범인을 검거한 형사가 바로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들이기도 해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데 쓰일 수 없었던 쪽지문이나 미량의 DNA 등의 증거품이 과학수사와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현재 분석을 통해 증거로 쓸 수 있게 되었고, 현재도 계속 분석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17개 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서 268건의 미제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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