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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순간을 아는 ‘매미의 미학(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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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근 시인
  • 승인 2019.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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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시인




배우고 익혀 선정 베풀고 이슬 먹어 맑고 곡식·채소에 무해
집이 없으니 검소하고 때를 맞추어 죽으니 신의가 있어
7일간 고난·인내·생성·소멸 반복 사람에 품격·덕목 암시


가을은 풍성하고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가을에는 그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을이어서 사라질 줄 아는 것들의 미학적 이유와 가치가 있는 자연이 있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여름을 주하(朱夏)라고 하며 붉은 계절이라 한다. 이때 ‘붉음’은 빛깔의 의미가 아니라 여름을 주관하는 신(神) 염제(炎帝〔태양〕)에 의하여 불이 타오르는 듯 하다 하여 그 뜨거움의 절정을 일컫는다. 또한 여름을 사람의 일생 중에 절정시기인 중년에 해당 된다고 한다. 어떤 심리학자는 중년의 절정은 흔들림이며 피곤하고 늘어지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여름은 열매가 열리고 여무는 철이다. 진초록으로 융성한 여름하면 매미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겠다. 
늘어지는 여름에 굳이 옛 시절 여름이 아니어도 현재 시골 어느 정자에 누워 더위를 식히고 있노라면 고향의 정서를 돋우어 정겨운 경치를 그려 내게 하는 속된 티 하나 없는 매미의 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매미의 생태 이동이 도시 속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그 청아한 전원의 소리는 소음공해가 되어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지치게 만들어 심지어 짜증을 유발하는 한 낱 곤충이기도 한데 아마 종류가 다를 수도 있겠다. 
다산 정약용선생은 더위가 극심한 어느 여름날, 더위를 물리치는 여덟 가지의 일, 소서팔사(消暑八事)를 구상하여 칠언율시(七言律詩)로 여덟 수(首)의 시(詩)를 지었는데, 그는 여섯 번째의 시 동림청선(東林聽蟬)에서 ‘동쪽 숲에서 우는 매미소리를 듣고 한 여름 무더위를 이기며 초연하게 신선의 경지를 노래했다.’ 그 동림청선을 읊어 보면, “자줏빛 놀 붉은 이슬 맑은 새벽하늘에/적막한 숲 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니/괴로운 지경 다 지나라 이 세계가 아니요…(중략)…석양에 이르러선 그 소리 더욱 듣기 좋아/와상 옮겨 늙은 홰나무 근처로 가고자 하네” 라고 더위를 물리고 있다. 
송나라 구양수는 명선부(鳴蟬賦)라는 글에서 매미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구양수는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 햇볕이 쏟아지는 풀밭에 앉아 무심히 뜰을 바라보니 고목나무 몇 그루가 서 있었는데 나무 끝에서 울어대는 매미 한 마리를 발견하고 오랫동안 풀밭에 앉아 매미 울음소리를 듣다가 느낀 바가 있어 시를 짓게 된다. “여기에 한 물건 있어 나무 끝에서 우는데/맑은 바람 끌어 들여 긴 휘파람 불기도 하고/가는 가지 끌어안고 긴 한숨짓기도 하네/맴맴 우는 소리는 피리 소리와 다르고/찢어지는 소리로 부르다 다시 흐느끼고/처량하게 끊어질 듯 하다 다시 이어 지네/외로운 운을 토하고 있어 음률 가늠하기 힘들지만/오음의 자연스러움 품고 있네/나는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하거니/그 이름이 매미라네.” 
겸재 정선의 송림한선(松林寒蟬)은 매미를 잘 그려낸 당대의 명작이다. 화폭 왼쪽 위에서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소나무 가지에 매미가 붙어 있다. 매미는 하늘을 향해 살갑게 붙어 있는데 나뭇가지는 땅으로 향해 있다. 크고 넓은 나무에 작은 매미가 붙어있는 것이 일반적 그림에 비해 이 그림은 나무 가지에서 하늘을 보고 있는 매미를 그렸다. 위의 나뭇가지와 아래의 나뭇가지를 매미가 이어주는 것 같은데, 매미가 날아가 버리면 두 개의 나뭇가지는 끊어 질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소나무를 제외한 여백은 비가 그친 뒤 맑은 매미 소리를 전해주기 위한 공간인가 싶다. 
‘익선관(翼蟬冠)’은 매미 날개를 뜻하여 매미의 오덕(文.淸.濂.儉.信) 을 말하고 있다. 매미의 입이 곧게 뻗은 것은 마치 선비의 갓 끈을 연상케 하므로 배우고 익혀 선정을 베풀라는 문(文)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요, 농부가 가꾼 곡식이나 채소를 해치지 않으니 염치(濂恥)가 있고,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으니 검소(儉素)하고, 늦가을이 되면 때를 맞추어 죽으니 신의(信義)가 있다고 했다. 
고난과 인내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을 보면 매미는 곤충일지라도 사람들에게 품격과 덕목을 암시해주고 있다. 매미의 오덕에 기인하여 덕 하나를 더 붙인다면 매미의 자세는 곧아서〔屈〕는 어떤 세력이나 어려움에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땅속에서 육년을 살면서 네 번의 탈피를 거쳐 칠년이 되는 날 세상으로 드디어 날개돋이를 하고 본생으로 칠일을 사는 동안 혼신을 다해 자신의 생을 지탱하게 해준 자연에게 ‘쉼’의 여유를 가지게 한다. 그러다가 수컷은 노래를 끝내고, 울지도 못했던 암컷은 알을 남기고 조용히, 그리고 당당하게 생을 마친다. 칠일만 살 수 있는 매미의 삶을 애틋이 여긴 유홍준은 ‘우는 손’에서 “애야 그 손을 풀어 매미를 놓아 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넌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라고 매미이야기를 주술적으로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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