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애민·자주·실용정신’ 담아 창제
일제 탄압 속에서도 지켜온 자랑스런 우리말
그저 공휴일로 생각말고 진정한 의미 새겨야

이민선
대송중 교사

‘역사를 잊은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몇 년 전 모 프로그램에서 위대한 조상들의 업적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노래를 뮤지션과 멤버들이 만드는 내용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수업시간에 교과 단원과 연계해 매체활용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은 조상들의 그 빛나는 업적에 저절로 감화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프로그램의 문구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중학교 3학년 한글 단원 수업시간, 우연히 ‘장화홍련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장화홍련뎐’의 이야기를 아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콩쥐팥쥐뎐은 알고 있냐?’고…. 그랬더니 ‘콩쥐팥쥐뎐’ 쯤은 알고 있다고 대답한다. ‘콩쥐팥쥐뎐’은 읽었으면서 왜 ‘장화홍련뎐’은 모르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글쎄요’라는 표정을 짓는다.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우려를 익히 들었지만 ‘장화홍련뎐’ 같은 옛이야기도 모른다는 사실에 자못 놀랐다.

우리의 옛이야기에는 먼 옛날 조상들의 생각과 삶이 녹아 들어가 있다. 고단한 백성의 삶이 잘 그려져 있었고, 이러한 삶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후 폭발적으로 대중들에게 전해지게 됐다. 그렇다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한 시기가 언제일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시기는 1443년, 반포한 시기가 1446년이다. 오랜 연구와 고심 끝에 창제한 한글을 창제 후 3년 동안이나 반포를 하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에서 당시 지배계층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요즘으로 치면 촛불집회처럼…. ‘한글’ 창제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는 창작시기와 창작자를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글자이다.

‘한글’에는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과 자주정신과 실용정신이 드러나고 이 중에 특히 애민정신이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종이라 부르지 않고, 세종대왕이라 칭하지 않는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백성을 가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 어리석은 백성을 깨우치고 싶은 궁휼이 여기는 지배자의 따뜻한 고심의 흔적과 울림이 몇 세기를 지나는 지금까지도 모두가 존경하는 왕으로 세종대왕을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일본과의 국제적 정세가 좋지 못한 이 때, 지난 35년간의 일제치하 시절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고 억압받던 우리의 삶에서 언어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글날은 10월 9일일까?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처음 발견됐고 이 해레본에는 음력 9월 상순에 훈민정음이 발표됐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토대로 양력으로 계산한 날짜가 바로 10월 9일, 지금의 한글날이다.

한글날의 첫 시작은 바로 ‘가갸날’로 1926년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 48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면서 가갸날을 지정했다고 한다. 한글날이라는 명칭은 1928년부터 사용했고, ‘훈민정음’을 ‘한글’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이 바로 주시경 선생님이다. ‘영화 말모이’의 배경이 되는 것처럼, 일제 식민지 치아에서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한글날 행사조차 열기 어려웠다. 주축이 됐던 한글 연구자들은 늘 일본 경찰들의 주시대상이었고, 심지어 조선어학회 사건처럼 대거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기까지 한글이 걸어온 길은 녹록치 않은 고단의 길이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 중 주시경 선생님의 이름도 모르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는 사실에서 독서와 앎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떠올려 본다. 한글날을 그저 공휴일이 아니라 한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억의 날로 기려야 할 것이다.
올해로 제573돌을 맞은 한글, 민족의 스승이었던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5월 15일 스승의 날로 제정한 것처럼 그가 우리의 삶의 미치는 영향은, 감동 그 이상의 울림으로 여전히 우리의 삶에 녹아 있다. 방탄소년단의 한류열풍의 이정표에는 항상 한글 노래를 고수한다는 점이 이슈가 되는 것처럼, 부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잊지 않은 민족이라는 자긍심의 끝에 한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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