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동지애·탁월한 리더십·강한 의지·든든한 응원이 승리 원동력
소감·비결 담은 영상 ‘울림10월호-최고예요’ 홈페이지·유튜브서 공개
“됐나? 됐다!”
“우승할 준비 됐나? 됐다!”라고 외치는 듯한 그들의 구호에는 우승을 향한 뜨거운 의지가 가득 묻어난다. 그리고 그들의 구호는 현실이 됐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창단 첫 해 우승이라는 ‘역대급’ 신화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됐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얻는 격이긴 하지만, 앞서 두 편의 영상(‘울림 3월호-응원해요’, ‘골키퍼가 골 넣은 홈개막전 뒷이야기’)으로 울산시민축구단을 응원하고, 우승 소감 인터뷰 영상을 축하 선물(?)로 건네는 UTV 제작진도 우승의 기분을 같이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을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승 요인을 4가지 키워드로 짚어봤다(제작진의 사심 한 스푼을 넣은 기사라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한다).
#[동지애 ; 당연하지만 어려운 것]
“대학교 때까지 축구를 하면서 ‘이겨야 한다,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내가 경기를 즐겼구나’라고 생각한 건 이 팀에서 처음 느껴본 것 같아요.”(18번 이선일 골기퍼)
지난 10월 13일 전주종합운동장에서는 K3베이직 리그 1·2위 팀이 우승을 두고 싸우는 화제의 경기가 펼쳐졌다. K3 어드밴스 승격 티켓을 두고 싸우는 ‘울산시민축구단 vs 전주시민축구단’의 승점 차이는 단 1점. 선두를 달리던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지만, 지면 2위로 밀려나는 상황이기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선제골을 먼저 넣은 울산은 전주의 맹추격에도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15승 5무 1패, 44득점 12실점, 승점 50점, 32골. 지난해 12월 22일 창단한 울산축구단이 쓴 기록이다.
값진 승리의 주역인 선수들에게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는 어떤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 각각 표현방식은 달랐지만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다른 선수가 잘나서도 아닌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지역 축구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시가 나서 창단한 구단이다. 이같은 취지에 힘입어 선수의 70%는 울산 출신들로 구성돼 서로 믿고 의지하는 끈끈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지금은 K3에서 뛰고 있지만, 언젠가 더 좋은 곳으로 가자는 의지는 그들을 뭉치게 해주는 힘이다. 선수들은 이것이 다른 팀과의 차별점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팀을 많이 거쳤지만 ‘가족’이라는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축구협회, 체육회, 스태프, 코치 모두요. 처음엔 다같이 처음이라 걱정되기도 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호흡도 잘 맞아지고 동료애도 끈끈해질 수 있었어요. 걱정했던 부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족한 주장이지만 저를 믿고 따라준 동료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6번·주장 김정현 미드필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몸담은 운동선수들인만큼 투쟁심도, 경쟁심도 있겠지만 동료들 중 한명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가면 좋겠다는 마음 또한 간절했다.
#[리더십 ; 이쯤되면 명언제조기?]
“잘 못하면 어때, 죽는 것 아니야. 축구 못한다고 죽는 게 아니란 말이야!”
지난 3월 24일 울산에서의 첫경기(5:2 승리)를 앞두고 선수들을 꾸짖던 윤균상(44) 감독의 매서운 한마디는 UTV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된 명언(?)이다. 훌륭한 명장 위엔 훌륭한 스승이 있다고 했던가. 6개월이 흐른 뒤인 지금, 그의 ‘리더십’을 다시 주목하게 된다. 한 선수는 윤 감독에 대해 ‘저의 파라다이스’라는 아첨성(?) 발언도 서슴지 않기도.
현대중학교·울산대학교·대전 시티즌 코치 등을 거쳐 현재 시민축구단 감독에 이른 윤 감독은 냉철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 그도 한때 ‘내가 저 아이들을 이끌 수 있을까,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떡하나’하는 고민을 가졌다. 나름의 방식대로 찾은 정답은 바로 ‘진심’이다. 진심을 다해 다가가면 선수들이 저절로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선수들은 하나같이 “감독님이 누군가를 편애한다고 느낀 적 없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다 신경써주는 감독님이기에 믿고 따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챙기는 진심이 선수들에게 다 전달됐기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껏 여러 감독님들을 만났지만, 윤 감독님 같은 분은 없으셨어요. 카리스마도 있지만 때로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도 있는 형 같은 분이에요. 리더십요? 최고입니다.”(9번 노경남 포워드)
“져도 되니 최선을 다해라.” 윤 감독이 늘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다. 상투적이지만 선수들은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이라고 했다.
“진다고 죽는 게 아니라고 말씀해주시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자신감 있게 해도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해져요”(18번 이선일 골기퍼)
윤 감독은 선수들이 편하게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평생 축구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축구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축구만 하던 틀에서 벗어나라고 했어요. 그런 부분이 훈련에 즐겁게 임할 수 있게 된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훈련양도 하루 1시간 30분을 넘기지 않는단다. 훈련양과 결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 감독으로서의 자질 향상을 위해 스포츠 생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그는 훈련 강도를 분석하는 GPS 장비를 통해 선수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울산의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은 9월 28일 울산에서 열린 양주시민축구단과의 홈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울산은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0-1로 첫 패배를 겪으면서 홈그라운드에서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다.
“겉으론 담담한 척 했지만, 그날 잠을 못이뤘다”는 윤 감독. 자신도, 선수들도 홈에서 축배를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진 것 같아 마지막 경기에서는 조금 더 내려놓은 마음으로 임했다고. “감독이 조바심을 가지고 선수들을 다그치게 되면 감독의 부담감이 선수들에게 전달이 될 것이고 그것이 운동장의 퍼포먼스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편해보여야 선수들도 편해질 거라 생각해서 항상 여유를 가지자 다짐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축구만 보고 쉼없이 달려왔던 선수들은 윤 감독에게 하나같이 다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지금까지 구단을 떠난 선수는 3명. 또 다른 진로를 선택한 선수들을 그는 응원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일까. 윤 감독은 “200점은 줘야될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선수이자 코치로서 8명의 감독을 거친 그는 그동안 지켜봐 온 감독들의 장점들을 잘 흡수하고자 노력했단다.
“감독은 처음이었지만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어요. 감독 맡은 첫 해에 우승을 하고나니 뿌듯하긴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반짝 성적을 내는 팀보다는 이기든 지든 서로 함께하고,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울산시민축구단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저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니까 그걸 이루는데 도움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겁니다.”
#[축구화 ; 저마다의 사연을 신고 뛴다]
초록빛 필드 위엔 저마다의 사연을 신은 형형색색의 축구화들이 쉼 없이 움직인다. 프로 구단 탈락의 아픔을 겪은 선수의 축구화, 부상을 딛고 뛰는 선수의 축구화,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의 축구화, 20년 가까이 축구를 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선수의 축구화 등. 좌절을 딛고 뛰어오르고자 하는 각각의 의지가 깃든 축구화가 우승이라는 골을 넣게 했다.
국내 축구 리그는 현재까지 프로 1·2부인 K1, 내셔널리그 K2, 아마추어 성인 K3의 어드밴스·베이직으로 나뉜다. 이번에 K3 리그(베이직) 우승이라는 짜릿함을 맛본 그들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프로 진출이라는 더 높은 꿈이 있기에 다시 이 악물고 달려야 한다. 믿고 기다려준 가족과 친구, 연인을 위해서라도.
UTV의 ‘울림 3월호-응원해요’ 이벤트의 주인공이었던 김기수(24) 선수(11번 포워드)는 유년시절 유망주로 각광 받으며 대학에 갔지만 슬럼프를 겪은 선수다. 그는 울산시민축구단을 한단어로 설명해달라는 제작진의 말에 ‘희망’이라고 답했다.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단다. 구종욱(23) 선수(7번 미드필더)는 인생의 ‘터닝포인트(전환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베르사유 ; ‘베르사유의 장미’를 떠올렸다면 ‘정답’]
함께 기뻐하고,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울산시민축구단이 출전하는 경기마다 나타나는 푸른 옷의 ‘12번째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현수막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필드 위 선수들을 응원한다. 연이은 우승에 팬이 늘어난 것도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은 창단 때부터 그들을 응원해온 서포터즈 ‘베르사유’다.
“감동이었습니다. 전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는 원정 경기인데도 전주보다 응원단이 더 많이 온 것 같았고, 열렬히 응원해주시고 함성을 질러 주셔서 선수들이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윤 감독은 90분 경기 내내 응원으로 함께 뛰어주는 ‘베르사유’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울산에서 개막전 관중은 2,056명으로, 이는 베이직·어드밴스 통틀어 2019년 K3리그 개막전 중 전국 최다 관중이었다. 최종전에도 베르사유 일행 50여명이 전주를 찾았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울산시의 상징물이기도 한 시조(市鳥) 백로, 시화(市花) 장미, 시목(市木) 대나무를 상징물로 삼고 있다. 서포터즈 이름은 시화를 활용해 유명한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따왔다는 후문.
신기식(43) 베르사유 서포터즈 회장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모두 더 좋은 세계로 진출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시작하기 위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시작부터 해야한다.” 미국의 명연설가인 레스 브라운은 시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음 목표를 향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윤균상 감독과 선수들이 말하는 우승 비결과 진솔한 속마음을 담은 ‘울림 10월호-최고예요’ 영상은 울산매일 UTV 공식홈페이지(www.iusm.co.kr),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iusm009)에서 볼 수 있다. 첫경기를 앞둔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UTV의 깜짝 이벤트로 선수 락커룸을 눈물바다로 만든 감동 영상 ‘울림 3월호-응원해요’(https://youtu.be/J-LDVCJAJhk)와 떨리는 첫경기의 이야기를 담은 ‘골키퍼가 골 넣은 홈개막전 뒷이야기’(https://youtu.be/i-t2BpKvzaM)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