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용백합초등학교 교사

창의성은 `투입-산출', 구시대적 공식은 `착각'
학생들 삶의 전반 `민주적 문화'에 머물 때 발현
학교 현장 수직적·비민주적 조직문화 사라져 야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교 교육 목표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말, 가장 인기 있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창의’라는 말이다. 창의성은 4C로 일컬어지는 미래역량인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에서도 선두에 있는 역량이다.  이 중요한 개념을 학교 교육 목표에 넣으면서, 창의성이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생각해 본 사람은 극히 드물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교육 당국과 학교에서는 학교에 3D 프린터나 드론을 들이고 과학, 미술 대회를 개최하거나 소위 ‘창의적 활동’을 권장하는 것으로, 이 대단한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실천을 다 했다고 자신한다. 창의성이라는 고차적 사고력을 아직도 ‘투입-산출’이라는 구시대적 지식 생산의 공식으로 함양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혀 다른 곳에서 창의성 함양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창의성은 정해진 모양이 없다. 정답도 없고, 어떻게 표출될지도 알 수 없다. 우리가 교육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들이 아이들 속에서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창의성이라는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실패해도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의 불완전한 목소리도 마음 놓고 낼 수 있는 그런 분위기다. 이것을 집약하자면, ‘민주적인 문화’다. 학생의 삶 전반이 민주적인 문화 속에 머무를 때, 창의성은 마음껏 발현되는 것이다.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과 생활 전반에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문화라는 것은, 연쇄적이다. 사회가 비민주적일 때 학교도 비민주적일 가능성이 높고, 학교가 비민주적일 때 교실도 비민주적일 가능성이 높다. 
불행하게도, 학교는 수많은 집단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경직성, 수직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다.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등의 고차적 능력이 가장 숨쉬기 힘든 조건이다. 교사만 하더라도 학교의 수많은 매뉴얼과 관리자의 주장에 눌려 자신의 업무나 교육과정 운영에서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직적인 문화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비판적인 사고력을 발휘할라 치면, 튀거나 승진을 포기한 교사로 인식되곤 한다. 어쩌다 선생님들에게 의견을 내보라고 하면 긴 세월, 학습된 무력감으로 인해 대부분 고개만 숙인다. 학교장은 언제나 자신의 답을 갖고 있고, 그 답에 반하는 의견을 냈다가는 피곤해진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의성과 비판적인 사고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그것들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하는 건 아이러니하다. 민주적 절차 속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교사가, 교실에서 토론의 효용을 모른 채 토론을 가르치는 현실이다. 학교에 민주적인 문화 정착이 선행되어야 함양할 수 있는 역량이 창의성뿐일까. 고매한 교육 목표들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교사의 영역, 학생들의 영역에서 민주적인 문화 정착이 필수적이다. 
학교의 문화는 누가 만드는가? 이제 곧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근무 기한이 만기된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로의 이동을 준비할 것이다. 선생님들이 이동할 학교를 선택하면서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은 “거기 교장선생님은 어떠셔?” 이다. 우리 모두는 그 질문 속에 담긴 함의를 잘 알고 있다. 한 사람에 의해서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의 문화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는 학교장의 결단과 변화를 우선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부영 전 서울강명초교사는 서울형혁신학교를 5년간 운영하고 경험을 근거로 이런 말을 한다. “학교 문화가 민주적으로 바뀌면 수업은 저절로 제대로 바뀌게 된다.” 민주적인 문화를 선택하기로 하는 건, 효율성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사 결정에 더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구성원은 그 뒤를 따르는 그림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이 그 과정 속에 담긴다고 믿는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학교를 이끄는 주체로 서면,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을 주체로 세우는 일은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이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비상식적인 일이 되곤 한다. 학교 내에 남아 있는 수직적인 문화, 비민주성 따위가 그런 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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