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대표세무사

세계 물가·통화가치 비교 ‘빅맥지수’…한국 경제사정 매우 팍팍
실질 구매력 반영 장바구니 물가 ‘김치지수’…가계 부담↑ 반증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에 주머니사정 어려운 주부 행복감 무너져

햄버거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 때문에 가끔씩 맛을 보곤 한다. 그런데 그 때마다 드는 느낌이 참 묘하다. 보기에도 좋고 영양가도 많은 음식들을 놔두고 왜 이런 걸 먹을까 하는 점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가급적 간식도 직접 만들어주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모른 척 그냥 사주고 만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외신에서 10년째 썩지 않은 맥도날드 햄버거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도 한편으론 끔찍한 느낌이 든다.
대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정크푸드(Junk Food)가 비만과 성인병의 주원인이 된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다. 지방과 인공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어 열량은 높은 반면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 등의 성분은 거의 들어 있지 않아서다. 더욱이 생산에 의한 가격 경쟁력과 이를 구입한 소비자가 싼 가격에 고열량의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편리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아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 광고를 제한한다거나 품질 개선에 앞장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가 뜬금없이 햄버거 얘기를 꺼낸 까닭은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 때문이다. 전 세계 120여 개국의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해볼 수 있는 ‘빅맥지수(Big Mac)’는 물가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1986년에 고안한 것인데 같은 물건은 어디에서나 값이 같아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즉 각국의 통화가치가 적당하다면 세계의 모든 맥도날드매장에서 비슷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햄버거의 가격이 다를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1월과 7월에 빅맥지수를 발표한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스위스가 6.62달러로 1위를 차지하였다. 그 뒤로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이 순위를 이었다. 한국은 4.02달러로 16위에 올랐다. 3.6달러로 23위에 오른 일본 보다 높다. 물론 빵, 야채, 고기 등 원재료비를 비롯해 인건비나 건물 임대료 등도 반영된다. 특히 나라마다 다양한 식습관이 존재하고, 세금도 서로 다르다 보니 빅맥지수만으로 물가를 비교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도 빅맥지수를 보면 우리 경제사정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팍팍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4인 가족 김장 비용을 작년에 비해 10% 가량 오른 30만 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빅맥지수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데도 부담이 되듯이 김장물가는 피부에 바로 와 닿는 스트레스를 준다. 비록 가을 태풍 때문에 김장 재료에 쓰이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급등한 탓이라고 하지만 배추와 무 가격은 최대 배 가까이 뛰어 김장을 하느니 차라리 사 먹는 게 낫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한 때 우리에게도 실질 구매력을 반영해 장바구니 물가 측정에 요긴했던 ‘김치지수’라는 게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4인 가족을 위한 김치 재료 13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지수를 산출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평년가격인 23만 4,636원을 그해 기준지수 100으로 정해 계산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평년 가격에 비해 관련 식품의 물가가 하락했음을, 지수가 100을 웃돌면 평년보다 물가가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당시의 김치지수로 비교해 볼 때 올해의 지수는 100을 훨씬 웃돈다. 그만큼 가계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지난 2014년 11월 aT는 김치지수가 82.2를 기록해 직전주의 81.2보다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치지수’ 발표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실종된 경제목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장기 불경기로 경제상황은 갈수록 힘들지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기댈 데조차 없다는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만 간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을수록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은 주부들의 행복감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서글퍼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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