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연 시인.  
 

백련암 은행나무





바람의 신부인 냥

나비로 하냥 날아



두텁고 불투명한

무채색 어제를 지운다



난전에 펼쳐놓은 생에도 가을물이 들겠다





◆詩이야기

거리의 가로수들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즈음이면 꼭 마음이 가닿는 곳이 있다. 몇 백 년의 시간을 견딘 은행나무가 있는 구량리와 통도사 백련암이다. 작년 백련암의 은행나무가 황금빛 문장을 쏟고 있는 절정의 순간을 만났다. 그 곁에 서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올렸다. 자연의 가을빛들이 힘들고 지친 우리 삶에 위로를 주는 계절이다. 올해도 떠나는 그들을 배웅해야겠다. 그리고 삶의 겸허함을 한 줌 얻어와야겠다.





◆약력

2010년 나래시조 신인상 등단. 2017년 시조집 『분꽃 엄마』 출간. 2017년 단수시조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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