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군 이전 신청 장소 7곳…찬반여론 다양
시민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 도출 필요
물류유통 현대화 실현 맞는 최적지 선택을

조재훈 울산 남구청 공보특보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문제가 요즘 지역민들 사이에 핫이슈다. 지난달 28일 공모 마감한 구·군의 신청 장소 7곳에 대한 찬반여론이 워낙 다양해 지금으로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처지다. 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주민들, 특히 상인들의 기 싸움은 갈수록 치열하고 민감한 양상을 보인다. 물론 저마다 놓인 환경과 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때에 따라선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일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전략적 손익계산을 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싸움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다급하고 절박하다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득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을 빌미로 왜곡된 정보를 슬쩍 흘린다거나 지역 갈등과 분열을 지나치게 부추기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자칫 과도한 신경전은 증오와 분노를 야기할 수 있다. 그 후유증은 우리 시민 모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게 뻔하다. 따라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근거와 논리를 펴야 하고 전부는 아닐지라도 다수의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야 마땅하다.

현재 화제의 중심에 있는 후보지는 남구의 상개저수지 인근지역과 북구가 제시한 시례동 성혜마을 북측, 신천동 화물차휴게소 남측, 송정택지지구 북측, 또 울주군이 신청한 청량읍 율리, 언양읍 반송리, 범서읍 입암리 등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외부전문가 등 12명 내외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현장답사와 세부평가를 벌인 뒤 이달 말 건립예정지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 한다. 또한 공모과정에서 선정기준으로 입지 적정성, 접근성, 경제성, 미래성 등 4개 부문을 공표했다. 공정한 잣대로 후보지를 최종 선정하겠다는 의지가 함축된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처해진 입장과 생각에 따라 선정기준의 우선순위나 중요도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평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 해도 이를 수긍하지 못하는 부류가 생기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여지가 남게 된다. 안 그래도 각 구·군은 신청부지에 대해 장점만을 강조하고 있는 터여서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상호 이해와 희생, 책임을 동반한 성숙된 시민의식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남구의 상개저수지 인근 부지는 도심에서 가까우면서 토지 보상비가 저렴하고 접근성도 아주 뛰어나다. 또 개발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북구가 제시한 3곳도 접근성이나 토지보상비, 토목공사비 등에서, 그리고 울주군의 3곳도 인접 도시와의 접근성, 부지확장 가능성, 저렴한 부지매입비 등을 내세워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각 후보지에 대한 차별성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어차피 모든 시민의 공감을 얻는데 한계가 있다면 변별력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남구는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산지형이 아닌 소비지형 농수산물도매시장임을 앞세우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 도심지 상권의 소비주체들과의 편의성은 그 어느 곳보다 높다고 자부한다. 더욱이 이번 사안을 ‘이전’의 의미보다는 ‘존치’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애초에 남구에 있는 시설이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장점도 큰 명분이 되지만 부정적인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지역적 공감대 형성에 그만큼 유리하다는 반증이다.

물론 다른 논점도 있겠다. 울주군의 경우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의 90% 이상이 외부에서 반입되는 점을 고려해 고속도로망과 연계된 물류 유통성과 도매 기능 역할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구는 공공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유치를 적극 피력하고 있다. 장단점을 찬찬히 비교해서 따져보고 살펴봐야 할 일이겠지만 알다시피 이번 농수산물시장 이전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농축수산물의 물류유통 현대화를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는 얘기다.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는데도 달은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견월망지((見月忘指)의 우(愚)를 범하지 않는다면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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