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최재남. | ||
저녁 단상
최재남
어스름 골목길을
기대 걷는 노부부
무거운 짐을 부리나
기우는 한 어깨를
한사코 떠받쳐 올리는
저 앙상한 무게중심
◆詩이야기
저녁 식사를 끝내고 운동을 나오셨나보다. 할아버지의 한쪽 팔이 힘없이 아래로 기울자
할머니가 그 팔을 자꾸만 부추겨 세워 주신다. 평생 가족을 위해 안간힘으로 지탱했을
저 가장의 어깨에도 쉼이 필요했으리라. 자식들 다 떠난 어깨가 맥없이 내려앉는 황혼의 골목길. 그러나 기울지 않는 마음으로 서로를 부축하며 함께 걷고 있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도리어 곱고 애잔하다.
◆약력
2008년《시조21》신인상등단, 시조집『바람의 근성』출간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