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 울산시의원

시, 재원조달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장밋빛 대형사업 쏟아내
내년에도 3년 연속 지방채 발행…부채 2,000억원대 치솟아
재정악화 따른 피해 시민 몫…지금이라도 정책 전면수정을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안고 달려왔던 2019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라 안팎으로 변화와 혁신의 기치는 높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혼란과 혼동으로 불안이 혼재되었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던 우리 울산도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산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불확실한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은 구조조정으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물적 분할과 본사 이전을 강행하면서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울산은 1인당 개인소득 부동의 1위를 지켜왔지만, 최근 불황의 여파로 1위 자리를 서울에 내줬고, 지역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면서 젊은 층 인구도 크게 감소하고, 인구유입보다 인구유출이 계속되면서 인구 117만명선도 무너졌다. 
무엇보다, 울산시의 ‘곳간’이 급속도로 비면서 내년도 살림살이에 초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울산시 재정의 순이익이라 할 수 있는 ‘순세계 잉여금’의 경우, 2015년 1,575억원에 달했지만 2018년 854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2019년(즉, 2018년 회계연도 결산)에는 0원이 됐다. 한마디로 곳간이 텅텅 비었다.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했는데 빈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2017년까지 ‘채무제로’였던 울산시는 지난해 700억원, 올해 6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고, 내년에도 6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처럼 3년 연속 지방채를 발행함으로써 울산시의 부채는 2,000억원대로 치솟게 됐다. 
2018년 빌린 돈은 당장 2021년부터 상환해야 하지만, 경기회복이 더디고 지방세수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는 재원조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없이 장밋빛 대형사업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또한, 민선 7기 출범이후 1년간 공무원 정원을 350명이나 증원하는 등 과도하게 조직을 확충하면서 재정압박이 한층 더 가중되고 있다. 
지자체의 인건비는 지방세수로 충당하는 만큼 재정악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최근 이 같은 울산시의 유례없는 재정난에 대해 ‘IMF 이후 역대급’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절벽에 따른 취득세와 지방소득세가 크게 감소한 것이 울산시의 재정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주요 지방세수가 급감해 가용 예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는 정부에서 더 많은 국비를 지원받아 막대한 예산이 드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오기를 부리고 있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의 몰락으로 수년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온 핀란드는 게임과 헬스케어 등 신산업 육성으로 매년 4,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생길 만큼 예전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울산시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본이다. 
필자는 울산의 발전과 시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지금이라도 울산시는 정책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기한 감이 없지 않지만,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우선, 척박해진 지역 경제를 떠받칠 새로운 성장동력, 지방재정의 안정성을 위한 대책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인 안목으로 울산이 생존경쟁에서 이길 방법은 기업강화 및 기업유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텅 빈 곳간을 한탄하며 속절없이 손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 
번듯한 미사여구를 동원한 말로 현혹할 것이 아니라 우직한 소처럼 성장과 발전의 밭을 가는데 송철호 시장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송철호 시장이 2020년에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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