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역사는 기적의 역사였다.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9단으로 이어지는 1인자들이 주인공이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제3의 바둑 중흥기 정점을 찍었다. 일주일 동안 대국이 TV로 생중계되고 신문의 1면 톱기사로 오르면서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만들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은 세계 2억8000만명 이상 생중계 시청을 추산했다. 이전까지 바둑을 흥미로운 게임 정도로 여겼다면 이세돌-알파고 대결은 세계적인 정보통신(IT)기업의 인공지능이 도전하는 첨단 게임이라는 인식과 함께 위상이 높아졌다. 
대국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세 판 연속 이세돌이 무릎을 꿇자 허탈했다. 한판이라도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 바람이 네 번째 대국에서 이뤄졌다. 이세돌의 78수가 결정타였다. 프로 기사들은 이 수를 ‘신(神)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1승 4패로 패했지만 이세돌은 알파고에 인류 최초의 1승을 기록했다. 
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 태생의 이세돌 9단은 2000년 12월 천원(天元)전과 배달왕기전에서 연속 우승하며 타이틀 사냥을 시작했다. 3단 시절인 2002년 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반집 차로 꺾고 우승하면서 세계대회 최 저단 우승기록을 작성했다. 이세돌 9단은 지금까지 18차례의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의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한국기원 공식 집계로 98억 원에 가까운 상금 수익을 올렸다. 
그의 변화무쌍한 바둑 스타일 못지않게 자유분방하고 과감한 언행은 항상 화제가 됐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에는 “내가 패배한 것이지 인류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풍운아’ 이세돌 9단의 현역기사 은퇴 소식이 들린다. 40살도 안된 나이의 ‘은퇴’는 팬들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그의 자존심이 최근 하락곡선을 견뎌내지 못했다. 소속 집단과의 불협화음이 25년 바둑 인생의 ‘퇴장’을 부채질 했다니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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