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司憲府) 관헌이 정색하고 조정에 서면 모든 관료가 떨고 두려워 한다”고 <연려실기술> ‘관직전고(官職典故)’는 전하고 있다. 조선의 사헌부는 지금 검찰과 비슷한 기관이다. 사헌부 정6품이지만 감찰(監察)이 떴다는 소리만 들어도 무서워했다. 
이런 권위는 남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었다. 조정 회의 때도 사헌부 관료들은 남보다 먼저 들어갔다가 다른 관료들이 퇴청 한 후에 따로 나갔다. 뒤섞이면 청탁이 있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집안 출신도 사헌부 관료가 되면 가난한 벼슬살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이 있었다. 왜냐하면 조선의 수사권은 사헌부의 독점물이 아니었다. 의금부와 형조(刑曹)는 물론 한성부와 포도청도 수사권이 있었다. 사헌부는 다른 수사 기관들과 경쟁하면서 혹독한 자기관리로 대표 수사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조선의 권력 기관을 상호 견제시킨 것은 한 기관이 사회 정의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헌부가 수사를 방기하면 다른 기관이 나섰다. 
한편 선비들은 임금의 잘못에 대해서는 상소문으로 맞섰다. 세 번을 상소해도 반응이 없으면 도끼를 들고 광화문 앞에서 시위를 했다. 수용하든지, 거부의 이유를 설명하든지, 아니면 도끼로 내 목을 치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윗 사람이 조심해야 한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자는 곧 사람을 배신하고, 이치에 충성하는 자는 불의에 목을 매는 법이다. 호가호위라, ‘호랑이 등을 타고 권세를 자랑한다’든지 면종복배라, ‘겉으로 복종하는 자가 속으로 배신 한다’는 뜻이다. 
충성이란 무엇인가. 사람에게 복종하지 말고 이치에 충성하라는 뜻이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은 조폭식 의리일 뿐이요, 제 업무에 충실한 것이 참된 충성이란 말이다. 윗사람에게 순종하며 지시사항을 달성하는데 매진하면 개(충견)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울산시장 ‘하명수사’의혹에 대한 전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달이 차면 기울고 꽃도 열흘을 붉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달 기울고 꽃 지는 시절은 `비천한 사내'들이 먼저 눈치 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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