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리 간장∙된장∙멸치 젓갈이 빠지지 않는 밥상. (울산매일포토뱅크)

`무얼 어떻게 먹느냐' 삼형제 다툼에서 
 생긴 고사(故事) 갑론을박(甲論乙駁) 
`미쉐린 가이드' 공정성 시비 주목 

`울총'들 못 잊는 명소 `터미널 식당' 
 12가지 맛 반찬에다 푸짐한 인심 
 한 끼라도 `제대로된 밥'먹을 자유 누려 

 

김병길 주필

 

옛날 고기잡이 하던 세 형제가 잠시 쉬는 동안 날아가는 새를 보고는 각자 자기주장에 바빴다. 첫째가 잡아 삶아 먹자고 하자, 둘째는 구워 먹는 게 맛있다고 반발하고, 막내는 끓는 물에 데쳐 구워 먹는 게 최고라며 날이 저물도록 자기주장만 펼쳐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을 사또를 찾아가 해답을 구하자 사또는 가서 그 새를 잡아와 새를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세 형제가 서둘러 바다로 갔으나 새는 날아가고 없었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가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이처럼 예부터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일은 중요했다. 
우리 속담 중 ‘목구멍이 포도청(捕盜廳)’이란 말이 있다. 여러 설이 있으나 ‘배가 고프면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이 적합할 것 같다. 목구멍이 뭔가 먹을 것을 달라고 졸라대는 것이 포도청의 호령 소리만큼 무서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배짱도 가지고 있긴 했으리라. 
옛날 음식을 비유한 속담은 음식처럼 맛깔스럽다. 계절을 맛에 비유한 멋진 표현으로는 ‘밥은 봄 같이 먹고, 국은 여름 같이 먹고, 장은 가을 같이 먹고, 술은 겨울 같이 먹으랬다’라는 것이다. 
따뜻한 봄과 밥을, 뜨거운 여름날엔 국에, 고추장 된장 막장 등 장류는 서늘해야 제 맛이 나기에 가을에, 술은 차게 마셔야 하니 겨울 같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보면서도 음식을 생각했다. ‘봄비는 쌀비’라고 해서 가뭄을 해갈하는 봄비를 반갑게 받아들이고, ‘가을비는 떡비’라면서 추수에 바쁜 계절에 비라도 오면 집에서 떡이나 먹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밥 중에 보리밥은 영조(英祖)의 장수 식품 중 하나로 꼽혔다. 입맛이 무척 까다로왔던 영조는 과일은 냉기 때문에 싫었고, 젓갈은 짠맛 때문에 먹지 않았다. 미숫가루는 가루음식이라 싫어했고, 민어나 조기 등 생선은 비린내 때문에 먹지 않았다. 특히 여름이 되면 밥을 대여섯 숟가락만 뜨고는 더 이상 먹지 못했다. 
‘본초강목’에는 보리에 대해 ‘음의 성질로 열을 없애고 기를 도우며 소갈(消渴)을 없앤다’고 썼다. 소갈은 당뇨와 유사하다. 당뇨 환자에게 쌀밥이 아니라 보리밥을 권하는 이유다. 
요즘 TV마다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먹방’이다. 너무 많아 식상해 채널을 돌릴 때가 많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일본 TV 프로그램도 ‘고독한 미식가’가 꼽히고 있다. 전혀 일본어를 못하면서도 ‘우마이(맛있다)!’라며 출연자 이노가시라 고로(井之頭五郞)의 말투를 흉내 내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일본에서는 ‘고독한 미식가’의 인기가 높지 않다.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음식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사람이 714만 명에 이르렀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 중에 일본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 일본 쌀밥도 꼽히고 있다. 특히 도야마(富山)의 흰 쌀밥은 쌀이 맛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물맛이 좋아서다. 도야마의 수돗물은 국제 품질 콩쿠르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그 맛을 인정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극찬했던 일본의 미쉐린 가이드 3스타 초밥식당 ‘스키야바시 지로’가 내년부터는 가이드에서 제외된다. 스키야비시 지로는 현존 최고 주방장인 오노 지로(小野二郞∙94)씨가 54년째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내 생애 최고의 초밥집’이라며 극찬한 10석 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으로 더는 일반 예약 손님을 받지 않기로 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제외됐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내 놓은 레스토랑 평가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이 11월 14일 새롭게 공개됐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31곳이 포함된 가이드북이다. 2016년부터 4년 연속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출간하고 있는 ‘미쉐린 가이드’가 공정성 시비를 부르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유명 셰프는 심사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미쉐린 측을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운영자 어윤권 셰프는 “명확한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매체의 권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등급을 매기고, 평가 제외 요청에도 운영 중인 레스토랑을 낮은 등급으로 가이드 북에 기재한 점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마솥밥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매운 장작불 앞에서 한 달간 밥을 지으며 온도를 쟀다. 맛있다고 소문난 전국 쌀밥집을 찾아 다녔다. 최적의 밥맛을 찾기 위해 여태까지 지은 밥만 13만인분에 이른다. 밥맛연구소 이미영 파트장의 얘기다. 그는 국내 대표적인 ‘밥 소믈리에’다. 
예전처럼 집에서 밥을 한 솥 가득 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신 우리는 한 끼라도 제대로 된 밥 먹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맛집을 찾아 나선다.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11월 29일 올해 선정된 ‘백년 가게’ 현판식을 가졌다. 1989년 개업해 2대째 30년간 영업 중인 남구 고궁삼계탕과 1989년 개업 후 30년간 영업 중인 한우전문점 서창식육이 선정돼 울산 백년 가게는 기존의 언양 한우불고기, 고궁식당 등과 함께 4곳으로 늘어났다. 
‘백년가게’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울산의 대표 한식점으로는 남구의 ‘터미널식당’을 꼽는 지인들이 많다. 터미널식당은 밥과 함께 국을 포함한 12가지 반찬이 차려진 밥상으로 시민들에게 푸짐한 한 끼를 선사한다. 
특히 홀로 울산에 살고 있는 ‘울총’들이 울산을 떠난 뒤에도 잊지 못하는 ‘울산의 명소’로 꼽고 있어 미쉐린의 별이 부럽지 않다. 우리간장, 된장, 멸치 젓갈이 매번 빠지지 않는 밥상을 쉽게 만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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