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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북한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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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회사일로 지쳐있던 시기
직원들과 의기투합 산행 나서
몸은 고됐지만 행복했던 하루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작가


직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섰다. 초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길목, 추워지기 전에 산에 한번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바쁜 회사일로 다들 지쳐 있있다. 삶의 활기를 되찾아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산행을 가기로 한 주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직원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금요일 저녁까지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산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날은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산에 가서 먹을 수육과 김치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산행을 시작했다. 바닥에 전날 내린 비가 아직 남아 있다. 공기도 촉촉하다. 촉촉한 공기를 맞으며 걷는 산행이 나쁘지 않다. 산에 오르는 중간 중간 안개와 마주친다. 하얀 안개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안개가 움직인다. 보일 듯 말 듯 움직인다. 그 모습이 신비롭다. 안개의 옅은 움직임은 마치 다른 세계의 모습 같다.
길은 아직 평탄하다. 함께 산에 오르는 일행들도 아직은 즐겁다. 웃고 떠들며 즐겁게 산에 오른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회사에 가지 않고 매일 이렇게 산에 오르며 살고 싶다는 일행의 말에 모두들 공감하며 깔깔 웃는다.

30분쯤 올랐을까. 왼편으로 거대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북한산 노적봉이다. 안개가 노적봉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 태고의 신비를 보고 있는 듯하다. 신선이 저 곳에 있지 않을까.
대서문을 지나 중성문에 이르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지형이 평탄하다 보니 적의 공격에 취약했다. 중성문은 대서문을 통과한 적의 공격을 2차로 막기 위해 지은 것이다.
백운대와 문수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이르렀다. 이제부터 길이 험해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려면 기운을 보충해야 한다. 갈림길을 조금 지나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삶아온 수육과 김치를 꺼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볍게 막걸리를 한 잔 곁들였다. 배낭 속에서 귤, 오이, 초콜릿 등이 연이어 나온다. 음식 준비를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는데 가져온 음식이 각자 다르다.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체온이 올라간다. 산행을 할수록 몸은 점점 더워진다. 몇 겹이나 껴입은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 벗은 웃옷을 하나 씩 손에 들고 산에 오른다. 갈수록 산행은 힘들어 진다. 힘든 산행에 말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문수봉 정상까지는 3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다.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산행이 계속된다. 정상은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산행을 시작한 지 세 시간 만에 문수봉 정상에 올랐다. 서울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건물이며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두터운 구름이 서울 하늘을 뒤덮고 있다. 그 모습이 더 장관이다. 그 풍경에 취해 한동안 문수봉에 머물렀다. 구름에 뒤덮인 도심을 내려다보니 그 속에서 부대끼며 바쁘게 살아가던 어제의 모습이 마치 꿈인 양 싶다.

하산은 구기동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거리는 짧지만 코스는 더 험한 구간이다.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힘겹다.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다. 종아리도 아파온다. 그래도 하산을 멈출 수는 없다. 산에 오르는 것 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을 실감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벌써 여섯 시간째. 다들 힘들고 지쳐있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준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하산을 마칠 수 있었다. 무사히 산을 내려왔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몸은 힘들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기쁨에 들뜬 얼굴 표정이 그 사실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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