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자동차 수출 운반선 화재현장서
죽음의 문턱 경험한 염포119 이은일 팀장
현장 활동 공로 인정 ‘생명존중 대상’ 수상
시민 안전지킴이 소방관 희생 더 존중되길

정길채 울산 북부소방서 염포119안전센터 소방사

시민들의 안전지킴이 이 시대의 영웅, 시민들에게 항상 믿음을 주는 직업이 있다. 하지만 그런 미사여구 뒤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직업이며, 수많은 끔찍한 현장을 마주해야 하는 직업이다. 바로 우리 곁에 없어서는 안 될 소방관들의 이야기다.

12월 10일은 독도헬기 추락사고 순직소방관 영결식이 있는 날이다. 연말연시 가족과 이웃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즐겨야하는 12월을 소방관들은 기쁨보다는 슬픔으로, 웃음보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보내야하는 가슴 아픈 날이 됐다.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은 동료 희생자들의 추모와 실종자들의 빠른 귀환을 염원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들 중에도 울산북부소방서 염포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소방위 이은일 팀장은 더욱 그러했다. 그 역시 지난 5월 22일 OO자동차(주) 수출차량 운반선 화재에서 사선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25년을 근무하면서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경험도 했지만 이번 사고는 아프고 끔찍한 기억으로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뜨거운 열기와 검은 연기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선박 내부에서 소방활동 중 수미터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 팀장은 떨어진 곳이 어딘지, 왜 떨어졌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릎, 손목, 경추의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기를 시도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추락 시 충격으로 모든 근육이 경직됐다. 주변은 고요했다. 순간 어둠속에서 죽음의 문턱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죽음의 문 앞에 있던 그는 동료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생사를 넘나들던 현장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오는 23일 열리는 제3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주관한 ‘2019 생명존중대상’ 소방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큰 영예를 얻게 됐다. 그는 주변 동료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어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 동료들 간의 믿음 없이 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강한 체력도 필요하지만 정신적, 심리전에도 강해야한다. 마주하는 현장들이 고운모습으로 반겨주질 않기 때문이다. 끔찍한 재난현장에서 받았던 정신적인 충격으로부터 잘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요즘은 소방관들의 정신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지원되고 있다.

이은일 팀장은 평소 운동뿐만 아니라 자전거 출퇴근으로 체력관리를 한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할 만큼 자전거 마니아다. 또한 쉬는 날에는 독서, 기타, 음악 등으로 심신을 안정시킨다. 이런 취미활동으로 그는 2006년 소방서 내 락밴드(피닉스)를 구성해서 소방홍보 활동뿐만 아니라 소방관의 애환과 일상을 담은 ‘소방관의 기도’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네티즌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장한 그는 오늘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을 달린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며, 오늘 죽을 것처럼 살자’ 라는 그의 좌우명은 그가 소방관의 삶을 실천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들의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누리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고마울 뿐이다. 내년 소방의 날에 한껏 웃음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이은일 팀장의 남은 소방관 생활에도 사고 없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