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그래 시인.  
 

입김

장그래





눈이 내리면

눈사람에게 꽃을 바칠 생각부터 하죠



겨울 아침

외할머니가 받아놓은 해바라기 씨앗처럼

반짝 눈을 떠요



눈을 굴려요

보고 싶은 엄마가 눈덩이처럼 커져요



두 손 호호 불며 쌀 씻는 우리 아빠

매일 꽃을 바치고 있었나 봐요



눈사람에게 가면

입김도 꽃이 되어요







◆ 詩이야기 : 눈 내리는 겨울 날, 웃음소리를 따라간 자리에 눈사람이 있었어요. 아이들은 눈사람의 코를 붙이고 배꼽을 붙이는 중이었어요. 아이는 장갑을 끼고 모자도 썼지만, 옆에 있는 아빠는 맨손으로 눈사람의 눈을 붙이고 있었지요. 눈사람의 눈을 본 순간, 저는 아이의 동심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눈사람 앞에서 손을 호호 불며 웃고 있는 아빠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빠의 입김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송이로 피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꽃을 받아든 눈사람을 본 순간,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그리움이 녹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이 시를 쓰게 된 이유였을까요.



◆ 약력 : 2015년 「아동문예」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등단.

울산문인협회, 울산아동문학회 회원. 동시집 「악어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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