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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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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0.01.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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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 농부들이 땀흘리며 쓰고 다니던 밀집모자와 낡고 해진곳을 깁고 또 기워 이제는 더이상 기울 수 없는 누더기 베잠방이를 입고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 그 옛날 허수아비들은 그래도 사람의 체온과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나무 막대기로 세운 것이지만, 그 낡고 해진 밀집모자와 옷 때문에 사람의 채취를 풍기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참새들이 허수아비를 보고 도망치는 것은 그것이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옷에 묻어있는 사람의 체취 때문이라고도 했다.
팔 하나는 부산으로, 다리 하나는 제주도로 멀리 날려버렸다. 이른바 ‘수요일밤의 대학살’로 불리는 1·8검찰 인사는 법과 절차를 짓밟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진을 공중분해시킨 폭거였다. 윤석열 허수아비 만들기 작전으로 대통령으로 향하던 수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칼을 빼든 법무부는 차장 검사급 이하 후속인사도 조만간 단행할 것이다. 결국 정권 수사를 담당한 평검사들까지도 모두 쳐내는 ‘2차 학살’이 예고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때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대검 중수부 폐지와 검사들에 대한 인사를 놓고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 사이의 대결이 흥미진진했다. “차라리 저의 목부터 먼저 치라고 하십시오.” 송 총장의 이 말 한마디는 정치권의 인사개입을 막고, 검찰의 내부 결속력을 다진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미 실기를 했다. 사표를 낼 경우 뒷북으로 평가절하 될 수도 있다. “반발한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검란(檢亂)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 역시 빗나가고 말았다.
전국 2,200여명의 검사 중 윤 총장의 총애를 받고 그의 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검사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총장은 밖으로는 정치권력과 싸우고, 안으로는 친정부 성향의 검찰 간부들과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게 됐다. 대통령에게 윤석열은 ‘도구’에 불과했다는 점을 몰랐다. 이제 참새들도 두려워 하지 않게 된 허수아비는 마지막 ‘찍어내기’퇴출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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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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