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람들이 호주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앞발이 짧은 동물을 처음 보고는 원주민에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원주민의 대답이 ‘캥거루’였다. 그런데 ‘캥거루’라는 원주민 말의 뜻은 ‘몰라요’였다. 원주민도 그 동물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코알라(koala)의 어원은 ‘물이 없다’이다. 역시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코알라의 이름은 나무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식물 유칼립투스의 잎만 먹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유칼립투스에는 ‘1.8시네올’이라는 화학성분이 들어 있다. 몸속의 불필요한 점액들을 제거하는 거담 작용을 한다. 기침 천식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되지만 독성 또한 강하다. 코알라가 하루 24시간 가운데 20시간을 나무 위에서 취한 듯 잠만 자는 것도 독성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해 해를 넘기면서까지 꺼질 줄 모르고 번지는 호주 산불로 남한 면적의 절반 가까운 4만9,000여㎢가 불탔다. 사망자도 소방관 등 24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캥거루와 코알라 등 야생 동물 약 4억8,000만 마리가 화마에 희생된 것으로 추산됐다. 
코알라는 멸종위기에 놓였다. 약 7만5,000여 마리 중 3만3,0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동물보다 코알라의 피해가 큰 것은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느릿느릿한 습성인데다 하루 20여 시간을 취한 듯 잠자는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코알라가 먹는 유칼립투스 잎에선 가연성 오일이 분비되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나무가 폭발하기도 한다. 불길이 붙어도 코알라는 나무 꼭대기로 올라갈 뿐 재빨리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 인구 거주 지역 중 가장 건조한 곳이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여기에 시속 30~30㎞의 강풍이 불고,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까지 겹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호주 땅이 섭씨 40도 이상 고온으로 달궈지는 이유를 동서해수면 온도의 극심한 차이에서 비롯되는 ‘인도양 쌍극자(dipole)'라는 기후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기후변화는 동물의 씨를 말리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