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하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에서 노조 간부가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울산 혁신도시의 근로복지공단 전경. 우성만 기자  
 

울산 혁신도시의 한 공공기관 노조가 ‘성희롱’ 파문에 휩싸였다. 노조 간부가 성희롱 발언을 한 데 이어 노조지부장은 피해자에게 ‘사직’을 권고하며 2차 가해까지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 울산지역 노동계 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다수의 노조 관계자가 모인 자리에서 노조 간부 2명이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노조 집행부에서 별도로 고용한 채용간부를 포함한 다수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상급노조인 보건의료노조는 진상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피해 사실이 확인됐고, 징계 절차 등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과정이 채 마무리되기 전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장은 피해자인 채용간부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조합비로 지급해야 하는 채용간부의 급여가 부담스럽다는 등의 이유였다. 결국 피해자는 지난달 말 사직서를 제출했다.

급여 부담 등을 사유로 내세우긴 했지만, 성희롱 피해 신고가 접수된 후 피해자에 대한 사직 권고는 사실상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피해 간부는 노조에 채용된 피고용인 입장으로, 이번 사안은 ‘직장내 성희롱’이기도 하다. 사용자인 노조지부장은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와 반대로 사직을 압박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다시 한번 상급노조인 보건의료노조에 전달됐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부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하고, 이달 초 노조지부장에게 구두로 경고와 함께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제출받은 사직서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제대로 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후 사과와 사직서 폐기는 실제 이뤄졌다. 하지만 노조에서 더이상 근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피해 간부는 최근 사직서를 재차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2차 가해를 한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장과 당시 모임을 마련한 간부에게는 경고 조치를 했다”면서 “성희롱 발언을 한 간부 2명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장은 “지난달 말 채용간부에게 사직을 권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약사항으로 조합비를 인하하면서 긴축재정에 따라 노조 집행부가 인원 감축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일 뿐 ‘성희롱’ 사건과는 무관하다”면서 “이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즉각 사직서를 폐기했지만, 당사자가 스스로 재차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부장은 이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를 지부장 사무실에 근무토록 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근무공간을 분리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였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운영위원회에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조직문화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이 ‘직장내 성희롱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그 중에서도 노동자의 권익에 앞장서야 하는 노조 내부에서 벌어졌다는 데 대해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는 근로복지공단 등과 함께 ‘직장내 성희롱 및 괴롭힘 근절 선언식’을 열기도 했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노조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사측을 상대로 직장내 갑질이나 성희롱 문제 개선을 요구해야 할 노조와 노조지부장의 형편없는 성인지 감수성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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