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의 찬 기온에 연신 입김을 뿜어내며 곶감을 내리는 상인들의 싱싱한 일월이 보인다. | ||
덕산
남호섭
설날이 다가오면
장터에 곶감 장이 선다.
지리산 맑은 바람에
잘 마른 곶감들
해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은
하얀 분 피어나는
곶감 한 번 맛보고
하얗게 눈 덮인
천왕봉 한 번 본다.
-『벌에 쏘였다』(창비, 2012)
◆감상 노트
시인이 위대한 건 ‘가 보고 싶은 곳을 낳기 때문’일 게다. 설이 가까운 이 맘 때 즈음이면 꺼내보는 시다. 덕산으로 달리는 마음은 쉬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곶감 하나마다 눈꽃은 하얄 것이고. 설봉 천왕봉에 걸린 눈길들은 그립기만 하리라. 막상 가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렇고 그런 시골 면소재지를 낀 장터일 수 있다. 제주 ‘두모악 갤러리’, 안동 ‘조탑리’도 ‘덕산’과 함께 남호섭 시인이 불러낸 시의 고향이다.
지리산 바람의 맛이 나는 곶감은 얼마나 달까. 하얀 천왕봉을 업고 설 장을 보는 산청 노인들의 굽은 등이 보인다. 영하의 찬 기온에 연신 입김을 뿜어내며 곶감을 내리는 상인들의 싱싱한 일월이 보인다. 글 남은우·그림 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