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놀래킬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그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고민에 늘 빠져 있다는 오작가.  
 
   
 
  ▲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놀래킬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그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고민에 늘 빠져 있다는 오작가.  
 
   
 
  ▲ 서울 아트쇼에서 격찬을 받은 '무지개새'.  
 
   
 
  ▲ 오나경작가의 작품 시그니처  
 

부모님의 주름졌지만 인자했던 얼굴, 첫아이를 대면했을 때의 기쁨과 환희.

누구나 삶을 살면서 박제하고픈 수많은 이미지가 있다.

30년간 회화작업을 해오고 있는 오나경 작가가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이미지는 ‘동심’이다.

오나경 작가가 지난 8일부터 울산중구문화의 거리 갤러리 월에서 열다섯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최근 그녀의 작품은 색채와 질감으로 대변된다. 어린이들의 그림에서 모티브가 됐다는 그녀의 창작 작업은 부엉이, 염소, 새 등 순수하고 단순한 소재들이다.

그녀는 각각의 소재가 가진 귀한 울림을 물성으로 구현하기 위해 재료와 기법을 무수히 탐구했다. 그 결과 요철 화지에 오일 바와 오일파스텔로 ‘칠하고 긁기’를 반복하는 스크래치 작업을 선택하고, 엔틱한 화면 효과 구현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스스로도 “디지털시대, 수동적인 작가가 수동적인 작업만 한다”고 말할 정도로 무척 아날로그적인 힘든 작업이었다.

겔로 된 재료를 바르고 뭉기는 느낌에 만족하지 못해 반복되는 드로잉으로 페인팅의 효과를 구축하고 질감을 만들어갔다.

물리적인 힘과 에너지가 더해져야 겨우 다다르는 강도는 그야말로 산고의 고통이다.

거칠어진 손은 늘 ‘방아쇠 수지’로 고생하고 있고, 어깨와 팔목은 늘 욱신거린다.

그러나 이 고통에 늘 충분한 대가로 제공되는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한 색감의 깊이와 품격 있는 마티에르에 그녀는 매료돼 수년전부터 지극히 수공적인 이 작업에 천착해 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놀래킬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그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고민에 늘 빠져 있다는 오작가.

전시장에는 약 20여점의 그림들이 걸렸다.

작품 주인공은 뿔 달린 염소로, 늘 오색의 물고기를 대동하고 다녀 많은 관람객들은 고양이로 오해한다.

분명 고양이 모습이었는데 한편에 ‘염소’라고 써놓은 어느 어린이의 동심에 홀려 그 동심을 그대로 담아 이 시그니처를 완성했다.

지난해 한글문화예술제에 선보인 작품에서는 세종대왕 얼굴이 있는 만 원짜리를 물고 있고,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문양을 재현한 그림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 작가는 독보적으로 요철화지에 스크래치 작업을 해 독창성을 인정받으면서 울산보다 서울 나아가 해외에 더 잘 알려진 작가다. 지난해 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쇼에서 울산작가로는 처음으로 작품을 2점이나 판매를 했다. 연말에 참여한 2019서울아트쇼에서 격찬이 이어졌고, 앞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도 초대됐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은 ‘부엉이’.

일반인들이 부엉이 하면 어둡고 칙칙한 모습만 떠올리는 것이 싫어 지적이고 우아한 부엉이를 화폭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 옆에는 캡션이 없다. 어린이들의 동심처럼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라는 바람을 담았다. 전시는 2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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