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답답한 아파트와 숨 막힐 듯한 도시 생활에 지친 봉급자들이 환호했다. 주말마다 온 가족이 텃밭에 나가 야채와 과일을 직접 가꾸고 수확한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던 까닭이다. 그러나 씨 뿌리고 싹이 날 때의 기쁨도 잠시, 바쁜 나머지 돌보는 걸 한 주라도 거르면 밭이 엉망이 됐다. 잡초 투성이에 벌레 먹고 가지는 쓰러지고, 김매기도 김매기요, 때 맞춰 곁순을 치고 벌레를 잡지 않으면 작물은 사라졌다. 
파종한 뒤부터 잠시도 한 눈을 팔지 않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부푼 꿈을 접고 1년 만에 두 손을 들었다. 이처럼 해본 사람은 안다. 텃밭 가꾸기가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험난한 땅을 험지(險地)라고 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가 계속 우위를 보이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텃밭’의 사전적 의미는 집터에 딸린 밭인데, 험지와 반대로 상대방 후보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지역구다. 
하지만 ‘험지’와 ‘텃밭’의 공식이 깨지는 일도 있다. 기득권을 움켜쥐느라 이전투구, 정작 민생은 뒷전인 당에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텃밭 운운하면서 공천권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다 큰 코 다친다는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데 텃밭이 존재할 리 없다. 
선거판에서 험지와 텃밭이 오랫동안 고착화되면 정치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굳이 비유하자면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어 버리는 것과 같은 논리다. 반대로 그 공식이 깨지면 정치적 감동이 탄생한다. 험지에서 당선된 후보는 단숨에 스타 정치인으로 도약하게 된다. 정치 지형까지도 바꿀 수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험지와 텃밭의 공식이 깨지는 일은 쉽게 볼 수 없다. 4.15총선에서는 텃밭이라고 불리는 곳이 무너지고, 험지였던 곳에서 승리하는 의원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만약 이번에도 험지와 텃밭 공식이 더 득세한다면 우리나라 정치 개혁은 그 만큼 더 요원해질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똑바로 반영하지 못하는데 텃밭이 존재할리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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