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가 1967년 설립된 후 2016년 4월까지 49년간 팔린 롯데 껌 누적 매출액이 4조500억 원을 기록, 4조원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 적이 있었다. 껌의 양을 대표 껌 쥬시후레쉬로 환산하면 300억 통이었다. 9개 들이 한 통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1320만㎞로 지구를 330바퀴 도는 거리였다. 낱개로 세면 약 2000억 매로 전 세계 73억5000만명이 27개씩 씹을 수 있었다. 
국내 재계5위 롯데그룹은 1967년 일본에서 귀국한 신격호 회장이 롯데제과를 세워 껌을 만들어 팔면서 탄생했다. 이후 롯데호텔(1973년), 롯데상사(1974년), 롯데 쇼핑(1979년) 등을 세우면서 롯데그룹은 오늘날의 대형 유통 그룹의 모습을 갖췄다. 
껌으로 시작한 롯데그룹은 엄청난 ‘땅 부자’이기도 하다. 1967년 창업 직후부터 백화점 등을 운영하기 위해 부동산을 거침없이 사들였고 개발을 통해 토지 가치를 높여 왔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이미 총 10조7000억 원 가치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24조7000억 원)와 삼성(14조1000억 원)에 이어 3위다. 
하지만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부지 소유권을 75% 가진 롯데물산과 약 8조 원대 부동산 등 유형 자산을 보유한 호텔 롯데가 비상장 계열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엔 ‘하늘이 내린 부동산 감각을 갖고 있다’는 창업주 신격호 회장이 있다. 
1946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신 회장은 ‘크림’과 ‘껌’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곳곳의 부동산을 샀다.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당시엔 부동산 가치가 뛰어 세계 4위의 거부에 오르기도 했다. 
1월19일 향년 99세의 일기로 별세한 신격호 명예 회장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실질을 추구한다’는 좌우명은 그의 생활 철학이었으며 모교인 일본 와세다 대학의 교훈이기도 했다. 껌에서 시작해 땅으로 이어진 그의 사업 바탕은 ‘거화취실’을 더해 기업보국(企業報國)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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