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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나면 본격 경자년(庚子年) 나쁜 운(運)도 운용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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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0.01.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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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간절곶 해돋이 장면.(울산매일포토뱅크)




 주역(周易)의 `역'은 바꿀 역(易)자 
 노력하면 `자천우지(自天祐之)' 있어 
`하늘이 도울 수 있다'는 얘기 

`쌓이기만 하고 흐르지 않는 경제' 심각 
 4월 총선, 여∙야의 빈수레만 요란 
 실속 있는 공약부터 내 놓아야 
 

김병길 주필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동요의 설날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음력 정월 초하루를 말한다. 조선 고종 때 태양력을 공식사용하면서 양력 1월1일을 신정(新正)이라 부르자 음력 1월1일을 구정(舊正)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음력 세모(歲暮)를 맞으면서 또 한 해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이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 일 수도 있다. 이 겨울 한 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1920년생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00세 시대의 아이콘, 롤 모델이다. 100세에도 현역이다. 강연 글쓰기 등으로 젊은이 못잖게 바쁘다. 2019년엔 165회 강연을 했다. 평생 80여권의 저작을 냈는데 지난해만 3권을 냈고 한권은 마무리 작업을 끝냈다. 
그의 지론은 ‘인생은 60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다. 몸이 말을 안 들을 뿐 정신적으로는 제일 행복하고, 생산적이고 좋은 나이였단다. 
한국은 ‘분노의 사회’이기도 한데, 그는 주변에 100세 넘긴 사람들의 공통점이 “욕심 없고 화를 안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늙어서도 돈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있다. “돈이 중요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방편일 뿐 목적이 아니다. 소유가 삶의 전부인 사람이 있는 한 가난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손에 닿는 것이 다 황금이 되기를 소원했던 미다스 왕의 손은 결국 저주의 손으로 변해 버렸다. 옷도 의자도 빵도 치즈도 사랑하는 공주마저도 모두 황금으로 변해 버린다. 인생의 황혼기는 묵은 가지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일 수 있어야 한다. 몸은 조금씩 이지러져 가지만 마음은 샘물처럼 차오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무가치한 일로 결코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간에 항상 배우고 익히면서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나 삶에 녹이 쓴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삶의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묵혀두지 않고 거듭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그런 사람은 이 다음 생의 문전에 섰을 때도 당당할 것이다. 
디오게네스는 이제 나이도 들 만큼 들었으니 그만 쉬라는 이웃의 권고를 들었다. 그는 “내가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 결승점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그만 멈추어야 하겠는가?”라고 했다. 디오게네스의 말을 곰곰이 되뇌이다 보면 결승점만이 아니라 출발점도 저만치 보인다. 
올해 93세인 당대 제일의 주역가인 대산(大山) 김석진 옹. 지금까지 ‘주역’을 강의하며 길러낸 제자만 약 8000명에 이른다. 
새해 첫날 제자들이 신년 하례를 와서 꼭 묻는 말이 있다. “올 한해는 어떻습니까?” 그러면 대산 선생은 제자들과 함께 주역의 괘를 뽑아 본다. 그렇다고 ‘결정론적 운명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나쁜 운도 운용하기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역(周易)’의 ‘역’은 바꿀 역(易)자다. 또 주역에는 노력할 때 하늘이 도와주는 ‘자천우지(自天祐之)’가 있다. 
대산선생의 올 한해는 어떨까. “올해는 ‘산천대축(山天大畜)’에서 ‘산화비(山火賁)’로 변하는 괘가 나왔다. 작년에 어려운 괘가 나와서 걱정했는데, 올해도 어렵지만 작년보다는 나은 괘가 나왔다.” 
‘산천대축’ 괘는 무엇을 뜻하나. “‘大畜’은 크게 쌓는다는 뜻인데, 조그마한 산이 하늘을 품듯이 욕심이 가득한 걸 말한다. ‘우리라야 된다.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며 계속 쌓아간다. 그럼 문제가 된다.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멈출 줄 아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계속 쌓기만 하다보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는 올해도 성장하기 어렵다. ‘대축(大畜)’은 크게 쌓는 괘다. 경제는 한곳에 쌓아 두기만 하면 문제가 생긴다. 유통이 돼서 흘러야 한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때도 빈 수레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일단 수레를 멈추고 그 동안의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4월에는 총선이 있다. 선거 때면 찾아와 ‘당락’을 묻는 정치인이 있다. 하지만 ‘90넘은 늙은이가 무슨 총기가 있겠느냐’며 거절한다. 이번 총선도 당끼리 다툼이 만만찮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여야 간에 비례대표 당을 놓고 논란이 많은 것도 다 빈 수레다. 그러니 실속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다. ‘주역’은 천지와 만물이 생성 변화하는 음양적 이치를 담은 글이다. 최고의 철학서이다. 이제는 점서(占書)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음양의 상호 작용에서 길흉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흉한 것을 피하고 길한 쪽으로 가기 위한 피흉취길(避凶取吉)의 성격이 있다. 그래서 점서의 기능을 갖는 거다. 사람들이 철학은 어려워서 외면하고, 미래가 궁금하니까 점에만 급급해서 점서로 알려진 거다. 그런데 점서의 기능 때문에 ‘주역’이 살아 남은 측면도 있다. 
진시황 때 분서갱유가 있었다. 유가(儒家)의 책을 모두 불 태웠다. 진시황이 ‘주역’을 불태우려고 보니까 점서였다. ‘아, 이건 내가 두고두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써먹어야 겠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당시 의학서나 점서는 태우지 않았다. 그건 모두 민간에서 쓰이는 실용서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산 선생의 건강 비결이 독특하다. 그는 평생 약도 안 먹고, 병원도 거의 가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 처음 입 안에 고이는 침을 ‘옥천(玉泉)’이라 한다. 한동안 입 안에 고인 침을 세 번 나눠 삼킨다. 그걸 체중선약(體中仙藥)이라 부른다. 우리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신선한 약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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