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출입국관리법은 출국금지할 경우 ‘즉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8일 울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A경찰관은 최근 내부망에 ‘저는 경찰관이기에 앞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국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통해 A경찰관은 설 연휴를 맞아 어렵게 계획한 가족 유럽여행이 검찰의 부당한 수사관행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고 밝혔다.

A경찰관은 ‘전관검사’ 논란과 ‘검·경 갈등’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의혹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다.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입건된 피의자 중 한명인 그는 공항에서 발권을 하는 과정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경찰관은 “출국금지 됐다는 공항 직원의 말은 잠시 제 귀를 의심할 만큼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고, 그 황당함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경비를 모두 날릴 수 없었던 탓에 가족들만 떠나고, A경찰관은 울산으로 돌아와 홀로 명절 연휴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이후 A경찰관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지난해 12월 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두달간 출국금지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국금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예외조항이 있긴 하지만 자신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출입국관리법에는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고, 출국을 금지했을 때는 즉시 당사자에게 그 사유와 기간 등을 밝혀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단, 대한민국의 안전 또는 공공의 이익에 중대하고 명백한 위해(危害)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범죄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출국 금지된 사람이 있는 곳을 알 수 없는 경우를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다.

A경찰관은 “출국금지를 하더라도 통지만 해줬더라면 미리 여행계획을 취소하거나 수정했을 수 있다”면서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에 해당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공무원 신분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점, 지난해 11월 말부터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지고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사실을 이미 전달받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도주나 증거인멸 등 수사상 명백한 장애의 우려가 없는데도, 출국금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A경찰관은 “검찰 소환 조사를 성실히 받았고, 지난해 12월 24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추가 소환도 없이 한달이 지났지만, 출국금지 사실을 알리지도, 이를 해제하지도 않았다”면서 “수사 편의성을 위한 잘못된 관행으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침해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출국금지된 경찰 수사관은 A경찰관을 포함해 피의자로 전환된 다수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검찰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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